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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장택동]‘기계적인 자료수집만 한다’는 법무부 인사검증단

입력 | 2023-10-12 23:48:00


11일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의 쟁점은 인사검증 부실 문제였다. 야당 의원들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주식 파킹’ 의혹 등을 지적하며 ‘법무부가 제대로 확인했느냐’ ‘본인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한동훈 장관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인사검증단)은 프로토콜(정해진 절차)에 따라 기계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의견 없이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넘긴다”고 답했다. 단순히 실무 작업만 한다는 취지다.

▷인사검증을 전담했던 대통령민정수석실이 폐지된 이후 1차 검증은 인사검증단, 2차 검증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맡는 것으로 역할이 나뉘었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6월 인사검증단을 신설할 당시 “대통령실은 정책 중심으로 가니까 고위공직자들의 검증 과정은 내각으로 보내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인사검증의 무게중심이 공직기강비서관실보다는 인사검증단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법무부의 권한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이중으로 검증이 이뤄지는 만큼 부실 검증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인사검증의 수준은 여전히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 인사검증 업무는 인사혁신처가 권한을 위임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므로 시행령에서 정하기에 따라 어느 부처로든 넘길 수 있다. 인사검증단에는 검찰 경찰 국세청 국가정보원 등 여러 기관에서 직원이 파견되므로 부처 전반을 조율하는 국무조정실 산하에 두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법무부에 설치한 것은 사실 확인과 법적 쟁점 파악에 전문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자료 취합으로 역할이 한정된다면 인사검증단을 굳이 법무부에 둬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인사검증에 대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상태다. 한 장관은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인사검증과 관련해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제가 책임져야 할 상황도 생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올 2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낙마할 당시에는 “정무적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책임을 진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역시 부실 검증 책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인사검증단 설치의 또 다른 명분이었던 ‘인사검증의 투명성 제고’ 역시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음지’에 있던 인사검증을 ‘양지’로 끌어내 감시 가능한 통상의 시스템으로 만들겠다던 법무부의 당초 설명과 달리 국회에서 검증 과정을 물어도 ‘통상적으로 업무를 했다’는 식으로 답변을 피하고 있다. 인사검증단이 출범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이 조직이 왜 필요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형으로 남아 있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