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스라엘 군인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와 인접한 ‘크파르아자’ 키부츠에서 하마스에게 살해된 민간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 곳에서 영유아, 노인 등을 포함해 최소 100명 이상의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전쟁 범죄라고 규탄했다. 크파르아자=AP 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서 민간인이 집단 학살당한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남부의 한 마을에서만 100구 이상의 시신이 발견됐다. 온 가족이 침실 등지에서 총에 맞아 몰살된 사례가 확인됐고, 수색 중 발견된 아기 시신이 40구에 이른다는 증언이 나왔다. 숨진 어린이들의 목이 잘려 있었다는 주장도 외신에 보도됐다.
‘피의 보복’을 다짐한 이스라엘의 집중 폭격으로 팔레스타인 측 민간인 희생 또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병원과 학교, 유치원까지 공격당하면서 가자지구에서 숨진 어린이만 26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재를 뒤집어쓴 채 피 흘리는 노인과 아이들의 모습은 처참하다. 이스라엘이 ‘악마의 무기’로 불리는 백린탄을 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량의 열과 섬광을 발생시키면서 인체에 달라붙어 뼈와 살을 녹이는 독성물질을 살포하는 백린탄은 민간인 밀집 구역에서 사용이 금지된 무기다.
보복과 맞보복의 악순환 속에 벌어지고 있는 양측의 살상은 점점 잔혹해지는 양상이다. 오랜 무력 분쟁으로 누적돼온 증오에 공포심을 유발하려는 심리전 전술까지 더해지면서 전쟁터는 광기가 휩쓰는 대학살의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 하마스가 여성들을 성폭행한 사례, 사람들이 숨어 있는 민가를 불태운 사례도 보고됐다. 이에 맞서 “하마스 궤멸”을 공언한 이스라엘은 지상전을 앞두고 가자지구 내 수도와 전기, 의약품, 물, 식량 공급을 끊어버렸다. 봉쇄된 상태에서 벌어질 인도적 참사의 희생자 규모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