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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김행 하차’는 출발점일 뿐, 국정쇄신은 ‘내 탓’ 성찰로부터

입력 | 2023-10-13 00:00:00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알라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의 한·에스토니아 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2023.10.12.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어제 자진 사퇴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반영해 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기류가 뚜렷해지자 김 후보자가 스스로 사의를 밝히는 형식으로 물러난 것이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와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는 각각 56.52%, 39.37%를 얻었다. 진 후보는 예상보다 큰 17.15%포인트 차이로 당선됐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는 윤석열 대통령의 1년 5개월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일개 지역 선거에 그칠 이번 보선을 6개월 뒤 총선의 전초전으로 만든 것도 윤 대통령과 여당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보선의 원인 제공자를 사면 복권함으로써 출마의 길을 열어줬다. 국민의힘은 ‘자당 귀책사유 무공천’ 원칙도 깨고 공천장을 내줬고, 선거전에서도 “대통령과 핫라인이 있는 후보’라고 내세웠다.

그 결과는 잘한 일이라곤 꼽기 힘든 민주당의 승리였다. 이번 양당의 17%포인트 격차는 공교롭게도 2020년 21대 총선 때의 강서구 전체 득표율 차이와 거의 같다. 이대로 총선을 치른다면 ‘민주당 180석, 국민의힘 103석’의 악몽이 재연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여당 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40%를 넘지 못한 여당 득표율도 윤 대통령의 30%대 국정 지지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대거 이탈했음을 거듭 확인시켜 준 것이다.

여권 안팎에선 당장 인적 쇄신과 국정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통령실이 숱한 의혹 속에서 국회 인사청문회 도중 퇴장해 버린 김행 후보자를 하차시켰지만, 그건 진작에 해야 했을 일이다. 선거 패배 후 마지못한 듯 내놓은 카드가 민심의 수용일 수는 없다. 민심은 때론 변덕스럽지만 어떤 위정자도 그 도도한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변화와 쇄신은 윤 대통령 자신에게서 나와야 한다. 스스로 인식과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1년 넘도록 기자회견을 하지 않는 불통, 곳곳에 ‘내 사람’을 심어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오만, 직접 이념전쟁의 전사로 뛰어드는 독선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 정부를 가리키며 “과거엔 더했다”는 변명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 ‘남 탓’ 아닌 ‘내 탓’,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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