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송·사회부
“흉기난동을 막기 위해 인파가 몰리는 곳에 장갑차와 경찰특공대를 배치하겠다.”
최근 이른바 ‘묻지 마 흉기난동’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올 8월 경찰은 이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의 계기가 된 올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차량 및 흉기난동을 포함해 상당수의 흉기난동은 치료를 중단한 조현병 환자의 소행이었다.
그러면 장갑차와 특공대가 조현병 환자의 흉기난동을 막을 수 있을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정신질환자 가족들은 “사건의 본질적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지금의 정신질환 치료관리 체계에선 조현병 환자가 치료를 중단해도 정부가 알 수 없다. 현행법이 부모 등 보호의무자에게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요양, 사회 적응 훈련의 1차 책임을 지운 탓에 정부가 환자 모니터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 초 경기 용인시의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흉기를 휘둘러 3명에게 중상을 입힌 김모 씨(35) 역시 치료를 중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김 씨는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김 씨의 아버지는 “혼자 살고 싶다고 해서 고민하다가 허락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평생 돌보다가 잠깐 가족이 눈감은 사이에 사고를 치면 ‘왜 정신병자를 풀어 놨느냐’는 말을 듣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2019년 안인득 사건 직후 정부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신질환자 치료에 필수인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상 수는 2017년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 반면 중증 정신질환자 수는 지난해 107만여 명으로 5년 만에 25% 증가했다.
조현병 환자의 ‘묻지 마 흉기난동’ 사건을 막으려면 이제라도 정부가 정신질환자의 치료 및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환자 가족 등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장갑차를 세워놓는 건 보여주기식 미봉책에 불과하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