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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 대책, 국가가 할일은 장갑차 배치 아닌 치료-관리[기자의 눈/최미송]

입력 | 2023-10-13 03:00:00

최미송·사회부


“흉기난동을 막기 위해 인파가 몰리는 곳에 장갑차와 경찰특공대를 배치하겠다.”

최근 이른바 ‘묻지 마 흉기난동’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자 올 8월 경찰은 이 같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의 계기가 된 올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차량 및 흉기난동을 포함해 상당수의 흉기난동은 치료를 중단한 조현병 환자의 소행이었다.

그러면 장갑차와 특공대가 조현병 환자의 흉기난동을 막을 수 있을까.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정신질환자 가족들은 “사건의 본질적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찰에 따르면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살인사건은 매년 40건 이상 발생했는데, 그 중 대부분은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거나 받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은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낮다”고 입을 모은다. 정신질환자의 흉기난동을 막는 근본 대책은 꾸준한 치료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신질환 치료관리 체계에선 조현병 환자가 치료를 중단해도 정부가 알 수 없다. 현행법이 부모 등 보호의무자에게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요양, 사회 적응 훈련의 1차 책임을 지운 탓에 정부가 환자 모니터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 초 경기 용인시의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흉기를 휘둘러 3명에게 중상을 입힌 김모 씨(35) 역시 치료를 중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김 씨는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았다. 김 씨의 아버지는 “혼자 살고 싶다고 해서 고민하다가 허락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평생 돌보다가 잠깐 가족이 눈감은 사이에 사고를 치면 ‘왜 정신병자를 풀어 놨느냐’는 말을 듣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2019년 안인득 사건 직후 정부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정신질환자 치료에 필수인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상 수는 2017년 대비 20% 가까이 줄었다. 반면 중증 정신질환자 수는 지난해 107만여 명으로 5년 만에 25% 증가했다.

조현병 환자의 ‘묻지 마 흉기난동’ 사건을 막으려면 이제라도 정부가 정신질환자의 치료 및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환자 가족 등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현행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장갑차를 세워놓는 건 보여주기식 미봉책에 불과하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