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유독 거센 ‘빵플레이션’ 원유-설탕-소금 등 안 오른게 없어… 복잡한 유통과정도 가격 끌어올려 韓 식빵 1덩이 가격 세계 6위… 정부 압박 느슨하자 인상 눈치싸움
게티이미지.
원유(原乳), 설탕, 소금, 생크림 등 제빵에 쓰이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 빵이 국제적으로도 비싼 가운데 최근 가격 인상까지 이어지며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최근 빵값은 동네 빵집과 프랜차이즈를 가리지 않고 줄줄이 오르고 있다. 서울 관악구 A제과점은 단팥빵 가격을 지난해 2200원에서 2400원으로 약 9%, 서울 마포구 B제과점은 맘모스빵 가격을 5800원에서 6700원(16%)으로 각각 올렸다. 스타벅스는 베이글 3종을 지난달 재단장(리뉴얼)해 내놓으며 빵 가격을 300∼500원씩 올렸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크다. 한국 빵값이 일본 등 다른 나라보다 유독 비싸고, 가격 인상 폭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소금빵이 대표적이다. 소금빵을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일본 빵집 ‘팡 메종’에서는 소금빵 1개를 110엔(약 990원)에 팔고 있지만 파리바게뜨에서는 2700원에 파는 등 국내에서는 3000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최근 엔저(円低) 현상을 감안해도 2배 이상 비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베이글도 미국 뉴욕에선 플레인 기준으로 1∼2달러 안팎이지만 한국에서는 3000∼4000원대다.
국내 빵 가격이 높은 것은 임차료와 인건비가 비교적 높은 데다 제빵 원재료 유통 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0년 경력의 한 제빵사는 “수입사-도매상-소매납품업체로 이어지는 유통 단계마다 마진이 붙다 보니, 영세한 동네 빵집은 원재료를 저렴하게 납품받기 어렵다”고 했다. 제과업계에서는 삼립과 파리바게뜨 등을 거느린 SPC그룹이 국내 제빵 시장의 약 40%를 차지해 소비자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동네 자영업자들도 이를 기준 삼아 빵값을 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버터, 크림 등 고가 재료가 들어간 빵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과 생산비가 오르면 우유가 남아돌아도 가격이 오르는 ‘원유가격연동제’ 여파도 원인으로 꼽힌다. 제주시에서 케이크 가게를 하는 김모 씨(25)는 “생크림 500mL가 연초 4600원에서 이달 5200원, 크림치즈 1kg이 1만7600원에서 2만400원으로 오르는 등 재료값이 10∼20% 상승해 빵값 인상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