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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발생-질병-작동 방식 밝힐 역대 최대의 ‘뇌세포 지도’ 나와

입력 | 2023-10-13 03:00:00

美 연구팀 성과 ‘사이언스’ 게재



인간의 뇌세포와 영장류 뇌세포를 비교한 연구 등 다양한 뇌 연구가 이번 주 사이언스지에 게재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역대 최대 규모의 인간 ‘뇌세포 맵’이 탄생했다. 인간 뇌가 작동하는 비밀을 뇌세포 수준에서 연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뇌의 비밀에 한발 더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2일(현지 시간) 같은 계열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사이언스 중개의학’ 등에 21편의 뇌 관련 연구 논문을 대거 공개했다. 45개 연구기관, 258명의 과학자가 참여한 연구결과다.

이들은 3000개 이상의 인간 뇌세포 유형을 분류했고 뇌세포 수준에서 인간 및 영장류의 뇌를 구별하는 특징을 규명했다.





● 분자생물학 기술 적용한 뇌세포 지도 만들어

사이언스가 이번에 대거 공개한 논문들은 2017년 시작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대규모 뇌 연구 프로그램(BICCN) 결과물이다. 45개 기관 258명의 과학자가 BICCN에 참여해 인간 뇌의 신경세포(뉴런)와 시냅스 연구를 위해 최신 분자생물학 기술을 적용했다.

분자생물학은 분자 수준에서 생명현상을 설명하려는 것으로 유전자 구조와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쥐 등 실험동물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분자생물학이 인간 뇌세포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인간 뇌세포 지도 작성을 위한 핵심 연구는 킴벌리 실레티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료센터 연구원, 양 리 미국 오하이오대 신경과학과 교수, 웨이 톈 소크생물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이 수행했다. 이들은 유전자 발현과 유전자 조절 구조를 토대로 인간 뇌세포 지도의 초안을 만들었다.

뇌전증과 종양으로 수술을 받은 성인 75명의 뇌세포 변화를 분석한 넬슨 조핸슨 미국 앨런 뇌과학연구소 연구팀은 뇌세포의 개인 차이를 확인했다. 뇌 질환 관련 뇌세포 유형을 분류할 때 참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니콜라스 조스타드 앨런뇌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성인 인간, 침팬지, 고릴라, 히말라야원숭이, 명주원숭이를 대상으로 단일 뇌세포 수준에서 유전물질이 담긴 리보핵산 총합(단일 핵 전사체)을 분석해 인간과 영장류의 뇌세포 조직 차이를 알아내고 침팬지의 뇌 신경세포는 인간보다 고릴라와 더 가깝다는 점을 밝혀냈다.

에멜리에 브라운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연구팀은 인류가 처음 탄생했을 때 뇌세포들의 복잡한 배열이 어떻게 확립됐는지를 연구한 결과 태초의 뇌세포 배열이 임신 초기 태아의 뇌세포 상태와 비슷함을 발견했다.

뇌 신경질환의 위험 요인 중 하나인 초년 시절 뇌 염증에 대한 연구결과도 이번에 소개됐다. 세스 아멘트 미국 메릴랜드의대 박사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초년 시절 뇌 염증이 주로 ‘푸르키네’ 신경세포와 ‘골지체’ 신경세포 등 억제성 신경세포의 변화와 연관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 2027년까지 뇌 지도 완성 목표

마티아 마로소 사이언스 시니어 에디터는 “BICCN이 발표한 이번 연구 논문들은 인간의 뇌에 대한 근본적인 과학적 질문들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세포 수준에서 인간 뇌를 연구할 수 있는 시대의 막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BICCN은 2027년까지 진행되며 뇌 지도를 완성하는 게 목표다. 컴퓨터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려면 컴퓨터가 어떤 부품으로 구성돼 있는지 먼저 알아야 하는 것처럼 뇌과학자들은 뇌의 구조와 작동 원리의 베일을 벗기기 위해 어떤 뇌세포 유형으로 구성돼 있는지 식별해 나가는 단계의 일환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어떤 뇌세포 유형이 신경질환 등으로 이어지기 쉬운지, 인간의 뇌는 다른 종과 근본적으로 어떠한 차별점을 갖는지 등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