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교정한 돼지의 신장 이식 후 면역거부 반응 줄고 치명적인 바이러스 비활성화 최대 758일 생존 기록 달성
일부 유전자 조작을 한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지금까지 연구 사례 중 가장 긴 758일까지 생존했다. 사진은 신장 세포의 모습. 네이처 제공
면역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게끔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의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한 결과 원숭이가 2년까지 장기 생존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식을 위한 장기 기증이 부족한 상황에서 인간으로의 이종 이식을 위한 발판이 될 연구결과라는 분석이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이제네시스’와 미국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종합병원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내용을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의 신장을 인간이 아닌 영장류인 원숭이에게 이식하도록 설계했다. 돼지 신장에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해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처리했다. 여기에 인간과 원숭이가 가진 유전자를 추가하는 한편으로 영장류 장기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돼지 바이러스를 유전자 교정을 통해 삭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유전자 교정 돼지의 장기를 이식 받은 원숭이는 최대 2년 동안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돼지 신장이 원숭이에게 이식됐을 때 나타나는 거부반응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3개의 ‘글리칸(당사슬)’ 항원을 비활성화시켰다. 돼지 세포가 영장류 장기와 접했을 때 나타나는 거부반응을 줄인 것이다.
아울러 돼지의 유전자를 인간의 유전자와 닮게 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편집한 유전자 7개를 돼지의 유전자에 이식했다. 이 유전자들을 발현해 돼지의 유전자에서 돼지 레트로바이러스를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를 모두 비활성화시켰다.
이번 신장 이식 실험으로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가 생존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를 확인하는 데도 성공했다. 글리칸 항원을 비활성화하기만 한 돼지 신장을 이식한 경우에는 원숭이가 24일 동안 살아남는 데 그쳤다. 반면 돼지 레트로바이러스 유전자를 모두 비활성화한 돼지 신장을 이식했을 땐 원숭이 수명이 176일에 달했다. 면역 억제 치료까지 받은 원숭이는 최대 758일까지 살아남았다.
동물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장기 부족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세포 구성이 인간과 50∼60% 동일한 돼지는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장기를 얻을 수 있는 유력한 동물이다. 하지만 돼지가 보유한 동물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환자가 장기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해당 수술에서 10개의 유전자를 교정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에 활용했다. 유전자 공학기업이 사육한 이 돼지는 인체의 면역시스템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3개의 돼지 고유 유전자와 함께 돼지 심장의 성장과 관련한 1개 유전자가 제거됐다. 또한 인체가 돼지 심장을 인간의 심장으로 인식하도록 6개의 유전자를 교정했으며 인체 거부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첫 번째 이식 때 사용되지 않았던 최신 기술로 바이러스와 항체 등을 검사했다.
한편 국내에서도 돼지 장기를 활용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종장기이식 기술을 개발하는 옵티팜은 최근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원숭이를 221일간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연구에선 DNA 단편을 유전체 안에 삽입해 새로운 유전형질이 발현되도록 한 형질전환 돼지가 사용됐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