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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는 과탐, 이과는 사탐 추가된 것”… 中2생들 대입개편안 막막

입력 | 2023-10-13 03:00:00

학부모 “지금은 선택과목 2개 집중
앞으론 다 공부해야… 아이 부담 커”
고1때 학습, 수능까지 2년 공백에
“결국 사교육밖에 없다” 반응도



12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화홍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2023년 10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2023.10.12/뉴스1


교육부가 10일 발표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이 시행되면 현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문·이과를 가리지 않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사회탐구(사탐)와 과학탐구(과탐)를 모두 치러야 한다. 이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문과생에게는 과탐이, 이과생에게는 사탐이 추가된 느낌”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학원가는 “이번 시안의 가장 수혜자는 사탐, 과탐 강사들이다. 학생이 두 배로 늘어나는 셈”이라며 반긴다.



● “인문계열 지망하는데 과탐 공부 막막”


현재 수능은 주로 자연계열 지원자가 과탐을, 인문계열 지원자는 사탐을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2028학년도부터는 둘 다 봐야 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출제 범위가 고1 과정에서 배우는 기초적인 내용이라 수험생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현장의 걱정은 불식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과탐, 사탐 출제 범위인 통합과학 1·2, 통합사회 1·2는 고1 때 배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의 범위가 넓어 지금보다 학습량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능이 아무리 쉽게 출제된다고 해도 1∼9등급을 가려내는 상대평가로 치러지는 만큼 문제가 마냥 쉬울 순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들은 고득점을 위해 기초 내용뿐만 아니라 선택과목 심화 내용까지 공부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명확하게 구분 짓기는 어렵지만 통합과학에는 현재 수능 과학탐구 8개 선택과목 중 물리학Ⅰ, 화학Ⅰ,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의 내용이 들어간다. 통합사회는 현 선택과목 9개 중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 정치와 법, 사회·문화,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의 내용이 포함됐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중학교 때 배운 내용과 고2, 3학년 때 배우는 선택과목의 중간 과정이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한 학부모는 “선택과목 2개만 집중하는 현재와 달리 이제는 다 공부해야 하는 느낌”이라며 “아이가 인문계열로 지원할 건데 과탐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 기회 잡은 학원들, 강의 개설 채비


사교육계는 정반대다. 처음에는 ‘각각의 선택과목 강의를 개설하던 것이 통합과목으로 줄어든다’며 울상이었지만 기류가 변했다. A학원 관계자는 “지금은 사탐, 과탐을 문·이과생이 나눠 듣는다면 이제는 모든 수험생이 둘 다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결국 사교육밖에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은 학교에서 1학년 때 공부를 마치는 만큼 수능 전까지 2년의 공백기가 있어 사교육을 통한 반복 학습과 암기가 필수라는 것. 이를 우려한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교에서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1∼3학년에 나눠 개설하면 안 되느냐”란 요구도 제기된다. 하지면 현재 교육과정 총론에서 ‘공통과목은 선택과목 전에 이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앞으로 학교에서 수능을 준비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고교를 자퇴하고 학원에서 수능에 ‘올인’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문제를 어렵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변별력 있게 출제할 수 있다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확인하고 정책을 발표한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7∼12월)에 사탐과 과탐 예시 문항이 공개되면 여론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