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선 이후] 보선 17%P차 패배에 여권 내홍 尹, 金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안해 김기현, 사과 없이 “특단 대책 강구”… 일각선 “지도부 책임지고 물러나야”
어두운 표정의 지도부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완패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부터)가 굳은 표정으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 대표는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최고위에 앞서 열린 비공개회의에서 지도부 책임론을 두고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국민의힘이 11일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15%포인트 격차로 완패하면서 여권 전체에 내년 4월 총선 위기론이 닥쳤다. 예상보다 큰 격차의 참패로 여권이 대혼란에 빠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카드로 수습에 나섰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 일부가 비공개회의에서 김기현 대표에게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를 요구했고 당 일각에선 지도부 사퇴론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의 전면적 쇄신과 정부 국정운영 기조 전환 없이는 수도권 위기론이 불식되지 않을 것이란 당내 우려가 나온다.
윤 대통령은 12일 오전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지 않기로 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재송부를 요청하지 않으면 임명을 자동으로 철회하게 된다. 김 장관 후보자는 이날 오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사퇴했지만 실제로는 윤 대통령이 임명을 철회한 셈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결과를 존중하고 겸허히 받아들여 성찰하면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보궐선거 완패에 대한 자신의 책임이나 사과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당에서 “쇄신하지 않으면 총선에서 다 죽는다”는 당 쇄신론과 대통령실 국정기조 변화 요구가 분출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당 지도부 사퇴 요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머리는 두고 몸통만 바꾸는 식의 쇄신으로 내년 총선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사로 혁신위원회나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여 압박 수위를 높였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은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국정 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며 “총리의 해임, 법무부 장관의 파면,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與 “중도가 우릴 버렸다”는데… 책임-대책 언급없는 지도부
보선 완패 국민의힘 자중지란
당내 “쇄신 없인 다 죽어” 변화 촉구
비주류선 “혁신위 만들어야” 요구
지도부는 누구도 사과 메시지 없어… “17%P차 패배 그쳐 다행” 발언도
당내 “쇄신 없인 다 죽어” 변화 촉구
비주류선 “혁신위 만들어야” 요구
지도부는 누구도 사과 메시지 없어… “17%P차 패배 그쳐 다행” 발언도
“쇄신하지 않으면 내년 4월 총선 때 다 죽는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2일 전날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확인된 ‘수도권 위기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여당에선 쇄신론이 분출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중도가 우리를 떠났다”고 했다. 하지만 선거 참패 결과에 공개적으로 책임지겠다거나 사과한다는 메시지를 낸 당 지도부는 없었다. 당 지도부는 분출한 쇄신론에 제대로 된 해법도 제시하지 못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자꾸 도망만 간다. 당이 이렇게 가선 안 된다”고 성토했다.
● 與 내부 “반성 없는 지도부에 의원들 불만”
예상 밖의 참패로 수도권 민심을 맞닥뜨린 여당 내부에선 당 지도부를 향한 쇄신 주문이 빗발쳤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정부 여당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때려잡자는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며 “국민이 집권여당의 책임감을 체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의원은 “당 대표 선거 이후 중도와 무당층 민심을 잡는 데 실패했다”며 “국민이 체감하는 민생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당 비주류에선 혁신위원회 구성 요구도 나왔다. 윤상현 의원은 “지도부 색깔과 다른 사람들로 혁신위를 채워야 한다”며 “2030세대, 중도층의 민심을 읽어내고 이에 맞게 정책과 메시지를 내고 인물도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영남 정당에서 수도권 정당으로 탈바꿈해야 된다는 강력한 신호가 들어왔다”며 “혁신위를 구성해 어떻게 변화하고 혁신할지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 사퇴 요구도 나오고 있다. 김기현 대표가 이날 “수도권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할 뿐 패배에 대한 책임 표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김 대표 책임론이 커지는 분위기다. 여권 인사는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여당이 과도하게 힘을 자랑하는 선거 운동을 펼쳐 패배한 것”이라며 “이런 전략을 세운 지도부를 없애야 총선에서 산다”고 했다. 수도권 원외 인사는 “최소한 원포인트 인사 교체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의원은 “내년 총선을 위해 파장이 있어야 한다”며 지도부 사퇴 필요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 지도부 회의서 “17%포인트 패배 그쳐 다행”
이날 쇄신론이 쏟아졌음에도 혼란에 빠진 지도부는 책임 있는 자세도 뚜렷한 쇄신 해법도 내놓지 못했다는 비판이 당내에서 나왔다.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 주재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도부의 책임 범위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최고위원은 “떠밀리듯 조치를 취하기보다 지도부가 선제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패배는 예견됐던 것 아니냐” “17%포인트 패배에 그쳐 다행”이라는 반박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선 일부 최고위원이 김 대표에게 임명직 전원의 일괄 사퇴 건의도 했다. 임명직 당직자는 이철규 사무총장,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등이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임명직 일괄 사퇴는 오히려 꼬리 자르기란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책임 공방도 벌어졌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자인 김태우 후보를 공천하고 ‘매머드급 선대위’를 꾸린 인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 한 지도부 인사는 “전략 부재, 전략 실패의 대참사”라며 “김 후보 공천 결정 과정에서 크게 목소리를 낸 일부 인사가 물러나야 한다는 강한 성토가 있었다”고 전했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후보를 공천한 관계자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것.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한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 전면적인 쇄신과 국정 운영에 대한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알라르 카리스 에스토니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입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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