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신체, 다른 영장류와 달리 산파 없이 출산 어려운 구조 가져 누군가를 보살피며 살아가는 건 우리 모두의 태생적 운명일지도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이상희 지음/208쪽·1만4000원·우리학교
동물을 관찰하는 과학 연구에서 동물을 사람처럼 여기며 대상에게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방해가 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늑대와 토끼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가 늑대는 사악한 침략자고 토끼는 평화롭고 불쌍한 피해자라는 시각으로 두 동물을 바라본다면 관찰의 폭은 좁아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사람도 동물의 일종인지라, 사람도 연구의 대상이 되는 수가 있다. 이럴 땐 누구라도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엔 침팬지, 원숭이와 사람을 비교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침팬지, 원숭이와 달리 인류는 자식을 낳았을 때 바로 어머니가 직접 아기를 안을 수 없는 신체 구조로 태어난다고 한다. 그렇기에 누군가 옆에서 자식을 받아 줘야 한다. 침팬지는 새끼를 낳을 때 대개 아무도 없이 혼자만 있을 수 있는 곳으로 가지만, 사람은 자식을 낳을 때 옆에 다른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역시 사람은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밖에 없는 동물이구나’, ‘다른 사람을 보살펴 주는 것이 태어날 때부터 사람의 특징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으로 이런 신체 구조를 가진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 같은 무리의 다른 사람을 보살펴 줘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자연스럽게 무리를 이루고, 공동체를 만들고, 사회를 발전시켜서 서로를 조금 더 생각하고 돕게 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추구해야 하는 가장 자연적인 가치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 아닐까?
사람이라는 동물이 어떤 진화 과정을 통해 탄생했는지, 수십만 년, 수백만 년 전의 사건을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과학자들이 탐구하고 있는지에 대해 풍부한 사연이 담겼다. ‘대충 네안데르탈인 같은 거 들어 본 적 있는데’ 싶은 정도의 지식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말끔하게 정보를 정리해 줄 수 있는 책이다. 이에 더해 과거 학교에서 가르쳤던 인류의 진화가 최근 연구 결과에 따라 어떻게 바뀌었는지, 최신 지식도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독자 입장에서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사람의 삶이란 어떠해야 하는지, 인생의 핵심은 무엇인지, 누가 몰아가지 않아도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직접 과학 연구에 뛰어들지 않더라도 이런 생각에 빠져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저자가 쓴 훌륭하고 더 잘 알려진 책들도 있지만, 이 책은 가벼운 분량으로 내용을 더 쉽게 정리했다. 인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부담 없는 마음으로 접하기 좋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