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시장 선점효과…농축산 수출판로 원유 3% 관세 10년걸쳐 철폐…원가 경쟁력
정부가 14일 아랍에미리트(UAE)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24번째 자유무역협정으로, 협정 발효 후 양국은 전체 품목의 약 90%에 적용되는 관세를 10년 내 철폐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서울에서 진행되는 한-UAE 통상장관회담에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타니 빈 아흐메드 알 제유디 UAE 경제부 대외무역 특임장관이 CEPA협상을 최종 타결하고, 이를 확인하는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순방 이후 양국 사이에서 한-UAE CEPA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양국은 하반기부터 집중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이번 협상이 조속히 타결된다면 교역투자를 확대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할 것으로 뜻을 모았다.
◆UAE, 교역규모 26.3조…178개 기업 진출국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무역협정의 하나다. CEPA는 상품·서비스 등에서 시장 접근을 확대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교류하고 협력을 강화한다는 개념도 포함한다.
우리나라와 UAE의 교역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95억 달러(약 26조3133억원)로 16위다. 양국 간 상호 직접투자 규모는 지난해 누계 기준 약 71억 달러(약 9조5807억원)다. UAE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권역의 허브로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활동하는 데다, 우리 기업도 지난해 기준 약 178개가 진출해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협정 타결이 UAE에 진출한 우리 기업 활동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에너지·자원과 바이오, 첨단산업 등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자동차 수출 경쟁력…원유 공급원 확보
이번 CEPA협정으로 양국은 높은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하게 된다. 상품 시장은 전체 품목 중 우리나라 92.8%, UAE 91.2%에 적용되는 관세를 협정 발효 후 10년 내 철폐한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UAE에 수출하는 주력 품목인 자동차·자동차 부품, 냉장고 등 전기·전자 제품, 원동기, 합성수지 등의 관세가 철폐된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개방되는 만큼 UAE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다른 경쟁국 대비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기기·화장품과 쇠고기·닭고기·신선과일·라면 등 농축산식품도 UAE측 관세가 철폐된다. 우리 농수산물을 중동 지역으로 수출하는 시장을 개척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반대로 UAE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가장 큰 원유는 기존 3% 관세가 10년에 걸쳐 철폐된다. 우리 정유산업 원가 경쟁력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산업의 주원료인 나프타의 관세도 서로 5년 간 50%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원산지 인정기준 완화…협력부속서 최초 채택
원산지 인정 기준은 우리 주요 수출품인 공산품 등의 경우 엄격히 하는 반면 육류나 낙농품 등에서는 엄격히 한다. 공산품과 석유화학 제품 대부분이 해외산 재료나 부품을 활용해 제조된다는 점에서다.
다만 농축수산물은 국내 관련 업계에서 민감한 만큼 역내산 원료를 사용할 때만 원산지로 인정하는 식이다. 원산지 증명은 웹사이트에서도 가능하다. 한류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지식재산권 전반에 보호수단도 확보했다.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서 영화나 음악 등의 저작권과 저작 인접권도 강화했다.
구체적인 경제협력 조항은 물론 에너지·자원, 바이오경제, 스마트팜, 헬스케어, 첨단산업 등 5대 핵심 협력 분야 관련 부속서도 채택했다.
UAE가 체결한 CEPA 중 에너지·자원 협력 부속서를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너지 부문 상·중·하류, 재생에너지, 수소, 탄소포집 및 저장(CCUS) 등에서도 협력에 관해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바이오 의약품, 바이오 화학 등 경제 협력에 관한 별도 부속서도 자유무역협정 최초로 채택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국 기업의 협력 주선은 물론 공급망 교란 시에도 정부간 긴급 협력을 상세하게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