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열린 ‘폴란드 수출형 FA-50 1호기 출고식’에서 FA-50GF가 이동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제공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굵직한 무기 수출 계약을 잇따라 성사시키면서 어엿한 수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국군의 수요에만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무기체계를 개발·생산하는 역량을 갖추면서 수출 확대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정부가 2027년까지 방산 수출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해 세계 4대 방산강국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유럽과 중동, 미국 등 신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방위산업 수출액은 역대 최고로 집계된 지난해 170억달러를 넘어 2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방산 수출 규모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연평균 30억달러 수준에 머물다가 2021년 72억5000만달러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170억달러를 달성했다. 우리나라의 연간 무기수입 규모가 50억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방위산업이 명실상부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 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방산 수출 점유율 ‘껑충’…2027년 5%·4대 강국 목표
무기수출 시장은 미국(40%), 러시아(16%), 프랑스(11%) 등 상위 3개국이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고, 4위 중국(5.2%)을 비롯한 나머지 국가는 한자릿수 점유율에 머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취임 100일을 맞아 “우리나라를 미국, 러시아, 프랑스에 이어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에 진입시켜 방위산업을 전략산업화하고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2027년에는 방산 수출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해 4대 수출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기업 입장에서도 수출 확대는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원가보상제도가 적용되는 국내 개발·양산 사업의 경우 이익률이 10%를 넘기 힘들고 MRO(유지/보수/운영) 사업으로 수익을 내지만, 수출 사업은 양산 단계서부터 훨씬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일례로 지난해 폴란드 정부와 K9 자주포, K2 전차 등 대규모 무기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상반기 납품을 진행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와 현대로템(064350)은 큰 폭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상반기 영업이익은 3116억원으로 전년 동기(1344억원)보다 131.9% 증가했고, 현대로템도 상반기 영업이익(992억원)이 전년 동기(550억원)보다 80.3% 늘었다.
방산 수출시장의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장 다변화가 급선무로 꼽힌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보서에 따르면 2018~2022년 국산 무기는 필리핀(16%), 인도(13%), 테국(13%) 등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국가들에 대부분(63%) 판매됐다.
산업연구원은 ‘세계 4대 방산수출국 도약의 경제적 효과와 과제’ 보고서에서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등 대형 신시장 개척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다.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2018~2022년 세계 무기 수입 점유율 1위(11%)와 2위(9.6%)에 오를 만큼 무기 수요가 많다.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서 대부분의 무기를 도입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들이 요구하는 현지 생산 및 부품 사용에 협력하고, 장기 또는 저리 금융지원 등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유럽 지역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일제히 국방비 지출을 늘리면서 무기 현대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국내 방산업체들은 지난해 폴란드 정부와 체결한 대규모 무기계약을 계기로 폴란드를 거점으로 유럽 시장을 공략 중이다.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을 폴란드에 수출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올해 상반기 폴란드에 법인등기 절차를 마쳤다. 이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상 첫 유럽 현지 법인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의 신형 자주포 도입 사업에서도 K9으로 도전해 숏리스트에 포함됐다. 연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전망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