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10.15/뉴스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쇄신의 기로에 선 국민의힘이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 카드를 내놓고 주말인 15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뚜렷한 혁신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참패 4일 만에야 열린 이날 의총에선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김기현 대표를 재신임해야 한다”는 주장하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발언대에 오른 의원들은 “당이 대통령실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 간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에 앞서 여당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대표를 제외한 임명직 당직자 사퇴가 “변죽만 울리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참모들과 만나 “차분한 변화”를 주문했고 한 데 이어 떠밀린 듯한 인상을 주는 임명직 총사퇴 인적쇄신만으로 중도층 민심을 잡기 어렵다는 것. 반면 친윤계는 “지도부 흔들기는 안 된다” “분열보다 합심해야 한다”며 공개 반박에 나섰다.
●“당이 대통령실 향해 목소리 내야”
그간 대다수 의원이 지역구 활동을 위해 지역에 내려갔던 일요일에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총에선 격론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111명 의원 중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초 오후 4시로 예정됐던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됐던 고위 당정협의 전 종료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20여 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서면서 4시간 넘게 이어졌다. 그만큼 이번 선거 패배로 인한 준 당내 파장이 컸던 것.의총에선 “당이 대통령실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현재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과 대통령실 간 관계 재설정이 의총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 대통령실의 의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 총선에서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잇따르고 있는 것. 의총 전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올해 초 전당대회 때 ‘김장연대(김기현 대표-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 간 연대)’ 등 얘기가 나오면서 당에 역동성이 사라지고 당의 주요 자원들을 다 씹으며 중도표가 다 날아갔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통령실 입만 쳐다본다는 취지다.
● “대안 없으니 金 체제 유지” 쇄신안은 못 내
이철규 국민의힘 전 사무총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10.15.뉴시스
다만 의총에서 발언대에 오른 다수 의원들은 “김 대표 체제 대안이 마땅치 않으니 비대위보다 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자”는 의견을 내며 혼란을 수습하는 국면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비대위에 준하는 혁신위원회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수도권 위기론’을 띄웠던 윤상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부 견제론이 정부 지지론보다 10%포인트 높은 상황에서 위기 돌파구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친윤계인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대통령부터 걸고넘어지는 못된 버릇은 버려야 한다”며 “지도부의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은 ‘중구난방 흔들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이번 상황을 비판하는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중진으로서 선당후사하는 모습과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솔선수범을 보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당초 13일에 내놓으려던 당 체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쇄신책을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내놓지 못했다. 당내 의견이 분출하고 있는 만큼 의원들 중지를 먼저 모은 뒤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지만 당 일각에서는 “당 대표가 내놓은 수습책이 또 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왔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