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존재한다―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그러므로 아름답다’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두 번은 없다’ 중
김민경 민음사 문학1팀 편집자
책을 만들면서 편집자도 존재했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하는 일을 거듭한다. 누구보다 그 글을 많이 읽었지만 독자는 아닌 사람. 구두점 하나까지 살피느라 애쓰지만 작가는 아닌 사람. 당사자도 주변인도 아닌 채로 작품을 돌보고 응원하는 일은 무척이나 강박적이고 혼란스럽다.
기묘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늘 그렇듯 책과 책 만드는 일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변주하되 반복하지 않는 문장들이 물결처럼 지나간 자리에 남겨진 우리는 결코 어제와 같을 수 없다. 사라지고 달라지기에 언제든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비록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달라도 어깨동무하며 일치점을 찾아보자고 말하며 끝나는 시처럼, 읽는 이의 마음속에서 새롭게 태어날 아름다운 물방울들을 상상하며 오늘도 기쁘게 사라지고 있다. 심보르스카도 그런 마음을 이야기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