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킁킁 뭔가 비싼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서울 강남의 화려한 거리를 걷다가 감탄사를 연발한다. 서민들에게 난다는 ‘지하철 냄새’와는 다른 특별함이 있나 보다. 친구가 핀잔을 준다. “너무 킁킁대면서 다니지 말자. 같이 다니기 창피하잖아” “촌스럽게 그만 쳐다봐. 완전 시골에서 온 사람들 같아 보이거든”. 다른 지역을 얕잡아보는 듯한 영상은 재미있기는커녕 불쾌하다. 애들이 장난삼아 만든 게 아니라 서울 강남구의 공식 홍보 영상이란 게 더 어이없다.
▷12일 강남구 공식 유튜브 채널에 강남구 주요 관광명소를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로 구현해 홍보하는 내용의 영상이 올라왔다. ‘강남빌리지’ 구경에 나선 이들은 찬탄하면서도 한편으론 “만날 와본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하라”며 위축된 모습을 드러낸다. 구는 이런 영상을 세금 770만 원을 들여 유명 유튜버에게 제작 의뢰했다. 구 측은 “다른 채널에 먼저 공개했을 땐 반응이 좋아 문제 될지 몰랐다”고 했다.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뭐라도 달라야 선택받는 마케팅 시장에선 차별화를 넘어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내 아이는 특별하다”고 하고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고 속삭인다. 올해 6월 서울 서초구에 들어서는 한 주상복합 아파트 광고에는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는 문구까지 들어갔다. 평범함을 거부한다는 정도라면 봐 줄 만했을 텐데 불평등을 찬양하는 노골적인 우월감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B급 감성’을 내세운 충북 충주시의 정책 홍보가 대박을 치자 다른 공공기관들이 너도나도 따라 하면서 무리수가 남발됐다. 국제 스포츠 대회를 홍보하는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영상은 40대 남성이 대회에 출전한 뒤 10세 어린 여성을 만난다는 식으로 그려졌다. 지자체 주최 퀴즈대회를 홍보하면서 “아이가 ‘왕의 DNA’가 있다면 퀴즈왕에 도전하라”고 한 경우도 있다. 자녀에게 특별대우를 요구한 갑질을 재미의 소재로 삼은 거다.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기관의 소통이라면 적어도 친숙과 무례는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