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오는 19일 의대 정원 확대 발표를 예고한 정부가 현재 고2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3058명인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당초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직후 줄어든 정원 351명을 되살리거나 500명 정도 증원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으나 이보다 규모가 커진 것이다.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2035년이면 의사 수가 1만 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과 10년 이상이 걸리는 의사 양성 기간을 감안했다고 한다.
한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한의사를 포함해 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3.7명)의 70%밖에 안 된다. 매년 새로 배출되는 의대 졸업생 수도 인구 10만 명당 7.26명으로 OECD 평균(13.5명)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른 아침부터 소아과 앞에서 긴 줄을 서고, 대형 병원이 밀집한 서울 한복판에서 쓰러져도 ‘응급실 뺑뺑이’를 돌아야 하는 현실이다. 코로나 위기로 그 중요성이 더해진 의사과학자 양성 수요까지 고려하면 의대 증원은 미루기 어려운 개혁 과제다.
그러나 국내 의료계의 더 심각한 문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의사들이 서울에만, 피부과와 성형외과로만 몰린다는 데 있다. 지방 의료원은 연봉 3억∼4억 원을 줘도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 힘들고 수입은 적으며 의료소송의 위험이 큰 필수의료 분야는 다들 기피하는 분위기여서 10년 후엔 수술 대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정부가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늘리려다가 실패한 데에는 코로나 대응이 급해 의사들의 파업에 백기를 든 사정도 있지만 특정 분야 쏠림 해소책을 못 내놓은 책임도 크다. 이번에는 증원 규모가 더 커진 만큼 의사들이 필요한 지역과 진료 과목으로 고루 배분되도록 보상 체계를 대대적으로 재정비해야 의사들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