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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판왕’ 오승환, 400세이브… “마지막 안방경기서 기록해 짜릿”

입력 | 2023-10-16 03:00:00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달성
올 구위 저하로 2군에 2번 내려가
9월 평균 자책점 1점대로 낮춰
6월엔 한미일리그 통산 500세이브




프로야구 삼성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오른쪽)이 14일 SSG와의 시즌 마지막 안방경기에서 개인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한 뒤 포수 강민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 대구=뉴스1

“기록에 대한 부담이 분명히 있었고, 의식도 했다.”

오승환(41·삼성)은 14일 SSG와의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통산 400세이브를 달성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내색은 안 했지만 기록이 언제 나올까 하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돌부처’ 오승환도 길어지는 ‘아홉수’에 신경이 쓰였다는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오승환은 5일 한화전에서 1이닝 무실점 투구로 3-1 승리를 지키면서 통산 399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제 삼성의 남은 경기는 6차례. 하지만 이후 4경기에서 삼성은 3연패를 당하는 등 오승환에게 좀처럼 세이브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두 경기. 오승환은 그중 시즌 마지막 안방경기인 14일 SSG전 8회에 등판했다. 4-3으로 앞선 2사 2루 상황이었다. 오승환은 1과 3분의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삼성은 5-3으로 이겼다. 400번째 세이브를 남기면서 아홉수에서도 벗어나는 순간이었다.

오승환은 “마지막 안방경기에서 기록이 나와 더 짜릿했던 것 같다”고 했다. 400번의 세이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세이브도 “오늘 세이브”라고 말했다.

오승환이 통산 370세이브로 올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400세이브 달성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2022시즌 보여준 구위가 예전만 못했고 마흔을 넘긴 나이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봤다. 오승환은 2022시즌에 31세이브를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3.32였다. 홈런도 8개를 맞았다. 일본과 미국 무대를 거쳐 2020년 국내로 돌아온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이 2점대를 벗어난 건 이때가 처음이다. 피홈런 8개는 2005년 데뷔 후 가장 많은 수치였다.

오승환은 올 시즌 개막 후 7월까지 32경기에서 13세이브를 쌓는 데 그쳤다. 이사이 2군에도 두 번 내려갔다 왔다. 400세이브 달성은 멀어진 듯 보였다. 하지만 8월부터 빠른 속도로 세이브를 추가하면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오승환은 8월 13경기에서만 세이브 10개를 보탰다. 개막 후 3∼5점대에 머물던 월간 평균자책점을 9월엔 1점대로 낮추는 등 갈수록 구위가 좋아졌다. 10월엔 14일까지 등판한 5경기에서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오승환은 프로 데뷔가 늦은 편이다. 경기고 1학년 때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뒤 투수에서 야수로 전향했는데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팀 지명을 받지 못했다. 결국 단국대에 진학한 오승환은 4년 뒤인 2005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오승환은 데뷔 첫해부터 10승 1패, 16세이브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신인상을 차지했다. 2년차엔 지금도 역대 최다로 남아 있는 47세이브를 기록했다.

오승환의 400세이브는 이 부문 역대 2위 기록과의 차이에서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2위 손승락(271세이브·은퇴)과 129개 차이가 난다. 현역 선수 중 2위인 한화 정우람(197세이브)과는 200개 이상 차이다. 오승환의 400세이브는 당분간 넘어서기 힘든 기록이다. 일본과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뛰었던 오승환은 올해 6월 6일 한미일 리그 통산 500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두 시즌 동안 80세이브, 미국에서 네 시즌 42세이브를 거뒀다.

14일 SSG전 구원 성공으로 오승환은 3년 연속이자 개인 통산 8번째 ‘한 시즌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다. 2006년과 2011년 두 번 기록한 47세이브를 포함해 40세이브 이상도 4차례 작성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