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1000명 이상 확대안도 검토 尹대통령, 규모-방식 직접 밝힐듯 의대 졸업자수, 10만명당 7.26명 한국, OECD 39개국중 38위 불과
17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의대 정원 확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1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19일 의대 정원 확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증원 규모와 방식 등을 직접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는 기존에 거론되던 350∼500명을 넘어 전체 정원을 1000명 이상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되면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이 4000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반발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정부가 합의 없이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한다면 2020년보다 더 큰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15일 경고했다. 의협은 지금까지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특정 지역, 특정 과목에 의사들이 쏠려 있는 게 문제”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료계와의 합의 없이 의대 증원을 확정할 경우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정부는 필수 응급의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선 과감한 의사 증원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 韓 의대 졸업생 수, OECD 꼴찌 수준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가입국 전체 평균(3.7명)의 70% 수준이다. 문제는 이렇게 전체 의사 수가 적은데도 매년 새로 배출되는 의사 수도 OECD 최하위권이라는 점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의대 졸업생 수는 7.26명으로 OECD 39개국 중 38위에 불과했다. OECD 가입국들의 한 해 평균 의대 졸업생 수는 한국의 2배에 가까운 10만 명당 13.5명(2019년 기준)이었다. 라트비아가 인구 10만 명당 27.56명으로 의대 졸업생 수가 가장 많았고 영국 13.52명, 미국 8.54명 등으로 집계됐다. 독일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한 해 의대 졸업생 수가 12.4명에 이르는데도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5000명 이상 늘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월 보건복지부와 의협 주최로 열린 포럼에서 “현재 의사 인력의 업무량을 유지하기 위해선 2050년 기준 약 2만2000명의 의사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국내 활동 의사 수는 지난해 기준 11만2321명이다. 권 연구위원은 2030년까지 매년 의대 정원을 5%씩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장래에는 인구 감소에 따라 필요한 의사 수도 줄어들게 되므로 주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재조정할 것을 권고했다.
정치권 등에선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대가 한 곳도 없는 전남 등에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졸업생들이 해당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 근무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1일 국정감사에서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에 대해 의무 복무의 위헌성 우려, 입학 불공정성 우려 등을 들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란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서라도 의대 정원이 늘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 3년 전 의료대란 반복 우려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정부가 의대 정원 400명 확대를 추진하자 의료계는 의사들의 집단 휴진, 의대생의 국가고시 거부 등으로 맞섰다. 결국 정부는 정원 확대를 백지화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 재논의하기로 한 바 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