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아파트 ‘깜깜이 공시가’ 개선 층-향-조망-소음별 등급 공개 지자체엔 ‘공시가격 검증센터’ 신설 이의 신청때 ‘1차 검토’후 심의키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는 2019년 공시가격이 공개되자 소유주 반발이 빗발쳤다. 이 아파트 101동의 12층부터 45층에 이르는 33채(전용 170.98m²) 공시가격이 모두 26억 원으로 책정됐다. 45층은 한강과 서울숲 조망이 확 트인 데다 일조량도 좋은데, 그보다 못한 12층 공시가격이 45층과 같게 나오며 보유세도 똑같이 내야 했다. 인근 트리마제도 35채(84.54m²) 공시가격이 12층부터 47층까지 일제히 14억4000만 원이 나왔다. 시세가 수억 원 차이 나도 공시가격이 같게 매겨진 것.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에 대한 감사 결과 직원이 층별 보정 작업을 안 해서 ‘엉터리 공시가격’이 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내년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층수나 향별로 등급을 마련해 공개하고, 공시가격 산정 인력의 실명과 연락처를 공개하는 공시가격 실명제를 도입한다. 공시가격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시를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신설한다. 주민 불만이 높은데도 공시가격 산정 근거가 공개되지 않거나 주먹구구식으로 책정되는 ‘깜깜이 공시가격 체계’를 손보려는 취지다.
아울러 올해 서울시에 ‘공시가격 검증센터’를 설치해 내년 4월에 발표할 2024년도 공시가격 결정 공시에 반영한다.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자체에서 공시가격 산정 권한을 아예 이양해 달라는 요구가 커지면서, 지자체가 국가가 공시하는 가격 산정 과정 전반을 상시 검증하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내년엔 2, 3개 시도에도 센터를 설치한다.
공시가격을 조사 및 산정하는 ‘선수’와 검증 업무를 하는 ‘심판’도 분리한다. 지금은 한국부동산원이 공시가격을 조사 산정하고 검증 업무를 함께 해 ‘셀프 검증’이라는 지적이 컸다. 앞으로는 지자체 공시가격 검증센터가 이의 신청에 대한 1차 검토를 한 뒤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가 심의해 결정한다.
조사 인력도 현재 520명에서 2025년까지 690명까지 늘리고,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 때 조사자 실명, 연락처를 공개하는 ‘공시가격 실명제’도 도입한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산정모형(AVM) 등 인공지능(AI) 분석을 공시가격 산정 때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을 검증할 지자체 공시가격 검증센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지자체 전문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지자체별로 검증 능력 차이가 큰 만큼 감정평가사 등 전문 인력을 늘리고, 담당 공무원에 대한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력 충원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부동산원이 증원하겠다고 했지만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라며 “예산 확충으로 감정평가사 등이 조사·산정 업무에 더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