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윤슬 도배사·‘청년 도배사 이야기’ 저자
도배를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 주 6일 근무를 해왔다. 우리나라는 2011년 주 5일 근무제가 전면 도입되었고, 5년여 전부터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다. 법적인 근거 마련과 함께 일과 개인 삶의 균형, 소위 말하는 ‘워라밸’은 사회적으로 모두가 동의하며 지향하는 가치가 되었지만 나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근무 환경에 놓여 있다.
건설 현장은 대부분 공사 기간을 단축시켜 공사비를 줄인다는 명목하에 주 6일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정해진 공사 일정을 맞추어야 하는 협력 업체들 역시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하면 주 5일 근무, 주 52시간 근로는 지켜질 수 없다. 거기다 일부 도배사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보다 일찍 새벽같이 출근해 밤늦게까지 일하거나 일주일 중 하루도 쉬지 않고 7일 내내 일하는 경우도 있다.
도배를 하며 가장 어렵게 느끼는 점은 턱없이 부족한 개인 시간이다. 평일에는 퇴근 후 저녁 식사와 잠깐의 휴식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온전히 주어진 자유 시간은 일요일 하루뿐인데, 밀린 일을 하거나 그간 소진된 체력을 낮잠 등으로 보충하다 보면 그 하루마저 금방 끝나버린다. 결국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누군가를 만난다거나 무언가 새롭게 배우고 경험하는 일들은 시도조차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돈보다 개인 시간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실력을 쌓고 팀을 꾸려 독립적으로 일하게 되자마자 주 5일 근무제에 도전하기로 했다. 첫 단계는 함께 일하는 다섯 명의 팀원과 합의를 이루는 것이었다. 나 혼자 토요일에 휴가를 내고 쉬는 것이 아니라 우리 팀이 함께 주 5일 근무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주 토요일 일당을 포기하고 다 함께 쉬는 것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 자녀가 있는 팀원들은 자녀들과 보낼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며 동의했고, 다행히 다른 팀원들도 쉼과 개인 시간이 늘어나는 것에 적극 동의했다.
두 번째는 현장 도배 작업을 전담하며 내게 부분적으로 일을 떼어주는 도배 소장님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었다. 주 6일 일하는 다른 팀에 비해 일의 진행 속도가 느려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공사 마감 일정을 반드시 지키기로 약속하며 양해를 구했다. 소장님 역시 예전부터 최저 임금, 적정 근로 시간 등에 대한 고민과 시도를 해오던 분이어서 나의 취지와 목표를 이해해주셨다.
팀원들과 소장님의 동의를 얻어 주 5일제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팀원 교체가 있거나 다른 소장님의 일을 하게 될 경우 다시 또 합의와 이해를 구해야만 할 것이다. 내가 소망하는 마지막 단계는 건설 현장에서도 주 5일 근무, 주 52시간 근로가 개개인을 설득하거나 동의를 구해서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