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군사전문가들 “민간인 밀집 고려 포격 대신 특수부대 중심 작전 예상” 2014년 하마스 땅굴에 고전한 경험 인간방패-드론 등 ‘킬 존’ 직면 우려도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 “155→199명으로 늘어” 1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이스라엘 지지 집회 참가자들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인 등의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를 펼쳐 들고 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본거지 가자지구 진입이 임박한 가운데 16일 이스라엘군 확인 결과 가자지구로 납치된 인질은 당초 155명에서 199명으로 늘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인질 귀환이 국가 최우선 과제”라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규모 포격전보다 하마스 전투원을 정밀 공격하는 전술을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을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주문을 어떤 식으로든 지상전 작전에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하마스는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가자지구의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인질 방패’ 전략을 동원한 시가 게릴라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돼 정밀 타격 전술이 효과적으로 작동할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 “블록별 순차 진압 전투 될 것”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가자지구 지상전이 벌어질 경우 이스라엘군이 전차와 장갑차 등 첨단 기갑무기를 동원한 포격을 최소화하고 소규모의 ‘블록 대 블록’ 단위의 전투를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규모 포격으로 특정 건물이나 지역을 초토화시킨 뒤 보병을 투입하는 방식은 민간인 대량 피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믹 멀로이 전 미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는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여러 건물과 지하시설에 광범위하게 뻗어 있는 하마스의 땅굴을 무력화하려면 우선 보병을 이용해야 한다”며 “군인 대 군인, 블록 대 블록 단위로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병들이 소규모 전투를 이어가며 건물과 거리 한 곳 한 곳을 점령해 가는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될 것이란 얘기다.
IDF가 이 같은 전술을 고려하는 이유는 가자지구 공격에 여러 장애물이 있기 때문이다. 인구밀도가 극도로 높은 가운데 민간인과 전투원 구분이 어렵고, 하마스가 지하에 파둔 거미줄처럼 촘촘한 땅굴도 공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 ‘高밀집-땅굴-민간인’ 3중고
이스라엘의 정밀 공격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하마스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난항이다. 지난해까지 중동의 모든 미군을 감독하는 미 중부사령관을 지낸 프랭크 매켄지 퇴역장군은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하마스는 땅굴을 활용하기 때문에 어디서 공격하는지 이스라엘군이 식별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화 부스처럼 좁고 근접한 공간에서 전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싱크탱크 국가안보연구소(INSS)는 2014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했을 때 하마스가 땅굴을 다방면으로 활용하며 조직원과 무기를 수송하는 것은 물론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폭발물을 터뜨리고 병사를 납치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보병들이 침투나 철수 과정에서 하마스가 파놓은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FP는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설치한) 지뢰, 드론 등이 있는 ‘킬 존’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상전을 치른 부대원을 안전지대로 빼내는 과정에서도 남아 있는 하마스 대원들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