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생산량 타격 소금 17%↑ 고춧가루 15%-절임배추 10% 올라 양념재료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 김장 대신 포장김치 구매가정 늘어
16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시민들이 배추와 무 등 김장 재료를 둘러보고 있다. 배추 출하량 감소에 배추 한 포기 가격은 1년 전보다 3.8% 올랐고, 여기에 소금 등 부재료 값이 뛰면서 김장용 절임 배추도 10% 안팎 비싸졌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주부 이모 씨(58)는 올해 김장김치로 배추김치만 담그기로 했다. 매년 총각김치와 얼갈이김치도 같이 만들었지만, 열무와 얼갈이배추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는 포기하기로 했다. 그는 “김장 재료값이 너무 올라 평소대로 담그기에는 엄두가 안 난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장철을 앞두고 김치 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김치플레이션’(김치+인플레이션)이 거세지고 있다. 배춧값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데다 소금과 고춧가루, 생강 등 부재료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소금값과 인건비 등이 치솟으며 일반 가정집에서 김장용으로 사는 절임배추 가격이 덩달아 오르며 김장을 포기하고 포장김치를 사먹는 ‘김포족’도 전 연령대에 걸쳐 확산하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3일 기준 소금 5kg 소매가격은 1만3059원으로 1년 전(1만1186원)보다 16.7% 올랐다. 여름철 폭우와 태풍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생산량에 타격을 입은 영향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금 물가 상승률은 17.3%로 지난해 8월(20.9%) 이후 1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고춧가루 등 김장김치 양념 재료 가격도 급등했다. aT에 따르면 13일 기준 국산 고춧가루 1kg 소매가격은 3만6000원으로 1년 전(3만1237원)보다 15.2% 올랐다. 생강은 kg당 1만7673원으로 1년 전(8797원)보다 2배 이상으로 올라 김장김치 재료 중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김장을 포기하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포장김치를 사먹는 ‘김포족’도 과거 젊은층에 국한됐지만 최근엔 60대 이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오모 씨(63)는 올해부턴 필요할 때마다 마트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그동안 ‘김치만큼은 집에서 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대형 마트에서 포기당 8000원대까지 오른 배추와 4만 원에 가까운 고춧가루 가격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오 씨는 “결혼한 아들이 독립해 먹는 입도 줄어든 만큼 완제품을 소량씩 사는 게 낫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작황 부진 여파로 포장김치 가격도 높아져 소비자 부담이 적지 않다. 대상은 지난해 10월 종가 포기배추김치 5kg 가격을 5만1100원에서 5만3700원으로 5% 올려놨고, CJ제일제당도 비비고 포기배추김치 5kg을 지난해 9월부터 3만9900원에서 4만2900원으로 올렸다. 다만 업체들은 올해 추가 인상 계획은 없다고 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