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월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정시면접을 치르는 수험생들이 줄지어 입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21.1.16/뉴스1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아침부터 환자들의 분주한 발걸음이 이어졌다. 빅5 대학병원 중 한 곳인 서울대병원은 늘 환자들로 북적인다.
이곳에서 간 이식을 받은 송모씨(61·남)는 “부산에서 올라왔는데 여기 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주위를 손짓했다. 또 만일 아침 첫 진료가 잡히는 날이면 “첫차로도 못 오고 인근에서 방 잡고 자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병원에서 만난 환자들 대부분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매년 최소 1000명 이상 늘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국립의대와 현재 입학정원이 소규모인 의대 중심으로 증원해 의대 입학정원을 한 해 400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2020.10.29/뉴스1
대학병원 환자들은 병원에 오면 하루 종일 이곳에 있는 게 일상이라며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다만 절대적인 의사 증원도 중요하지만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관련 의사 숫자가 증원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에 5년째 다니고 있는 강모씨(43·남)는 “의사 정원을 늘리는 건 찬성인데, 그냥 무턱대고 인원만 늘리면 성형외과·피부과 의사를 매년 1000명 늘리는 꼴”이라며 “늘린 인원이 외과·소아과·산부인과 등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가 있는 어린이병원에서 만난 40대 남성 신모씨는 “부산에 왔는데, 부산만 하더라도 어린이병원이 부족하다”며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늘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의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확대하는 방안과 관련해 의료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1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관계자 등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저녁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열고 대응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023.10.17/뉴스1
병원 바로 옆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만난 의대생들은 대부분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한 인터뷰를 피했고 입장도 밝히길 꺼렸다.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의대생들도 정부에서 일방적이고 갑작스럽게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단 취지로 “환영하지 않는다”는 짧은 이야기만 남기고 강의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지나가면서 이 말을 듣던 한 학생 역시 “대부분 반대하고 있다”며 “의사 인원을 단순히 늘린다고 필수의료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고, 이번 조치가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의대생뿐만 아니라 의사단체들은 긴급회의를 개최하는 등 정부의 의대 정원 방안에 강력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전날(16일) 성명서를 내고 “우려를 넘어 사회적인 재앙이 될까 두렵다”며 “(의사 증원 확대를 기정사실로 한)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의협과 전 회원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에 뜻을 함께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또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후 7시 의협 회관에서 ‘의대정원 확대 대응을 위한 긴급 의료계 대표자 회의’를 개최한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의장 및 운영위원회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를 비롯해 각 시도의사회장, 대한의학회장, 대한개원의협의회장, 대한공공의학회장 등 13개 의사단체가 참여하는 대규모 회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