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측, 자문료 횡령 등 혐의로 고소 신상훈, 손해배상 청구소송 맞서 “후배들에 책임 물을 수 없어 중단”
2010년 신한금융지주 임원들 간 경영권 갈등으로 촉발된 이른바 ‘신한금융 내분 사태’가 13년 만에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억울하게 사장직에서 물러났다”며 신한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전을 벌였던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은행 측이 전격 화해한 데 따른 것이다.
17일 양측은 이날 서울고법에서 열린 조정기일에서 “미래 지향의 호혜 정신에 터잡아 원고(신 전 사장)의 명예 회복과 신한의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양측은 또 “부끄러운 과거사로 상처받은 신한금융그룹 주주와 임직원, 고객 등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 사건은 2010년 9월 신한은행 측이 신 전 사장(당시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자문료 15억 원 횡령 및 불법 대출에 대한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고, 이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신한은행이 전임 은행장이자 ‘금융지주 2인자’인 신 전 사장에 대해 공개적으로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초유의 사태에 한동안 금융권이 풍파에 휩싸였다. 당시 은행 측의 이러한 행보에 ‘금융지주 1인자’였던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의중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측의 법적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라 전 회장이 금융실명제를 위반해 차명계좌를 보유한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결국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은 그해 10월과 12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신 전 사장이 회삿돈으로 마련한 현금 3억 원이 대선 축하금 명목으로 조성돼 정치권 실세에게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끝내 규명되지 못했다.
이후 신 전 사장은 업무상 횡령에 대해선 일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을 제기하며 은행 측과 법적 공방을 벌여 왔다. 신 전 사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미 당시 사건의 책임자들은 회사를 떠난 상태”라면서 “후배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어 소송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신 전 사장은 횡령금으로 지목돼 유죄 판결이 나 은행 측에 갚은 2억6100만 원은 라 전 회장이 부담해야 한다며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은 이어갈 예정이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