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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 6명중 1명 취업난에 졸업 미뤄

입력 | 2023-10-18 03:00:00

“취업-인턴 지원때 재학생 신분 유리”
8학기 초과 등록 올 2학기 2191명
사회과학대 공대 인문대 순 많아
“졸업생 흡수할 양질의 일자리 부족”




지난해 서울대 경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A 씨는 졸업 직전 휴학을 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를 준비했지만 이내 그만뒀고, 복학한 뒤 마지막 학기에 취업을 준비했다. 기업에 수없이 원서를 냈지만 오라는 곳은 없었다. 이미 졸업학점을 채운 A 씨는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5학년 1학기’를 등록해야 했다. 학칙상 수강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제적 처리되기 때문이다. A 씨는 최소 수강 등록비인 40만7000원(3학점 기준)을 내고 1학점짜리 체육 과목을 수강하며 졸업을 미뤘다.

A 씨처럼 8학기를 초과해 수강 등록한 서울대생이 올 2학기에만 219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580명은 졸업유예 등을 목적으로 최소 수강 학점인 1∼3학점을 들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가장 큰 요인은 취업난이다. 학생들이 졸업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 사회대-공대-인문대 순으로 졸업유예 많아

17일 본보가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서울대에서 제출받은 ‘단과대별 규정학기 초과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규정학기인 8학기를 넘겨 5학년 1학기(9학기) 이상 재학 중인 서울대생은 이달 1일 기준 2191명이다. 그중 최소 학점 과목을 신청해놓고 졸업을 미룬 학생은 580명이다. 1학기(529명)보다 51명 늘었다. 올해 서울대 입학정원이 3506명인 점을 감안하면 한 학년에서 6명 중 1명꼴로 취업 때문에 졸업을 미룬 것이다. 580명 중에는 졸업 학점을 다 채우지 못한 학생도 포함돼 있다.

단과대별로 보면 사회과학대 101명, 공과대 99명 등 순으로 유예자가 많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인턴, 취업 등을 지원할 때 아무래도 졸업생 신분보다는 재학생 신분이 유리하다 보니 졸업을 미루고 초과 학기를 듣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 “서울대 졸업생 흡수할 일자리 부족”
졸업 적체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취업난’이 꼽힌다. 서울대 사회과학대나 경영대에는 로스쿨, 전문자격시험을 준비하다가 뒤늦게 진로를 바꾸는 학생들이 많다. 서울대 학사과 관계자는 “3, 4학년 때 진로를 바꿔 뒤늦게 취업을 준비하거나, 취업난 때문에 아예 추가로 학위를 따려는 학생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문계열보다는 이공계가 취업에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실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대생 중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인문사회, 상경 계열 추가 전공을 하거나 인턴 경험을 쌓아 스펙을 높이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대 공대 3학년 재학생인 B 씨는 “학부생일 때 인턴 기회가 더 많은데, 학기 중 인턴에 합격해 휴학하면 졸업을 위해 초과 학기를 더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대 졸업생인 C 씨는 “취업을 위해 자연계나 상경계 쪽을 복수 전공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루는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 내에서도 취업난에 직면한 선배들을 지켜본 1, 2학년 후배들이 재수, 반수를 통해 ‘의대’ 진학에 도전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대로 4학년까지 올라가면 결국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만연한 것이다. 한 서울대 교수는 “서울대 같은 최상위권 대학 졸업생들을 흡수할 수 있을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고학력 졸업자는 쏟아지는데 일자리는 없는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