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인턴 지원때 재학생 신분 유리” 8학기 초과 등록 올 2학기 2191명 사회과학대 공대 인문대 순 많아 “졸업생 흡수할 양질의 일자리 부족”
지난해 서울대 경영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A 씨는 졸업 직전 휴학을 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시를 준비했지만 이내 그만뒀고, 복학한 뒤 마지막 학기에 취업을 준비했다. 기업에 수없이 원서를 냈지만 오라는 곳은 없었다. 이미 졸업학점을 채운 A 씨는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5학년 1학기’를 등록해야 했다. 학칙상 수강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제적 처리되기 때문이다. A 씨는 최소 수강 등록비인 40만7000원(3학점 기준)을 내고 1학점짜리 체육 과목을 수강하며 졸업을 미뤘다.
A 씨처럼 8학기를 초과해 수강 등록한 서울대생이 올 2학기에만 219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580명은 졸업유예 등을 목적으로 최소 수강 학점인 1∼3학점을 들었다. 서울대 관계자는 “가장 큰 요인은 취업난이다. 학생들이 졸업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 사회대-공대-인문대 순으로 졸업유예 많아
단과대별로 보면 사회과학대 101명, 공과대 99명 등 순으로 유예자가 많았다. 서울대 관계자는 “인턴, 취업 등을 지원할 때 아무래도 졸업생 신분보다는 재학생 신분이 유리하다 보니 졸업을 미루고 초과 학기를 듣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 “서울대 졸업생 흡수할 일자리 부족”
졸업 적체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취업난’이 꼽힌다. 서울대 사회과학대나 경영대에는 로스쿨, 전문자격시험을 준비하다가 뒤늦게 진로를 바꾸는 학생들이 많다. 서울대 학사과 관계자는 “3, 4학년 때 진로를 바꿔 뒤늦게 취업을 준비하거나, 취업난 때문에 아예 추가로 학위를 따려는 학생들도 있다”고 설명했다.‘인문계열보다는 이공계가 취업에 유리하다’고는 하지만 실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대생 중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경우 인문사회, 상경 계열 추가 전공을 하거나 인턴 경험을 쌓아 스펙을 높이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서울대 공대 3학년 재학생인 B 씨는 “학부생일 때 인턴 기회가 더 많은데, 학기 중 인턴에 합격해 휴학하면 졸업을 위해 초과 학기를 더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대 졸업생인 C 씨는 “취업을 위해 자연계나 상경계 쪽을 복수 전공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