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자 입찰 두 달 앞두고… 입찰 참여 유력 기업 옮기려하자 “일부 열람자료 외부유출 가능성” 항우연, 디지털 포렌식 동의 공문… 이직 예정자들 “불법-표적 감사”
정부의 차세대발사체 개발 사업자 입찰을 약 두 달 앞두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인력 10여 명이 입찰 참여가 유력시되는 민간기업으로 이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술 유출’을 우려하며 감사에 나섰다. 반면 퇴직 예정자들은 “감사를 받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17일 과학계에 따르면 항우연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보다 고도화된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주관할 민간기업 입찰을 11월 초 공고할 예정이다. 이 사업에는 향후 10년간 2조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항우연의 인력 10여 명이 특정 민간기업으로 빠져나가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심판’에 가까운 연구원 인력들이 민간기업의 ‘선수’로 뛴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직 시점이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주관할 기업 입찰을 앞둔 상황이라 공정성 문제도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기정통부는 ‘기술 유출’ 우려로 일부 퇴직 예정자에 대해 9월 중순 감사에 착수했다. 특정인이 과도하게 자료 열람이 많았다는 제보가 있었는데, 이후 이들 중 일부가 퇴직원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열람된 자료 중 일부가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일정 부분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여기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13일에는 항우연 측에서 이직 대상자인 10여 명에게 PC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동의를 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기술 유출 정황 여부 등을 포렌식을 통해 확인하겠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조 전 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포렌식 동의를 구하는 공문이 와서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또 과기정통부 감사에 대해 “산업체 이직에 대한 보복성 불법·표적감사”라고 주장했다. 항우연 측은 포렌식 관련 공문 송부 여부를 묻는 본보 질의에 “감사와 관련된 사항이라 세부사항을 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우주개발이 민간기업 주도로 넘어가는 흐름에서 이번 갈등은 과학계와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학계 관계자는 “기술이전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람이 이동하는 것”이라며 이번 이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차세대발사체 입찰을 앞둔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이 한 번에 이직하는 흐름은 문제가 있다. 앞으로 (이직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