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北 나진항 등 위성사진 분석 “8월부터 선박 통해 컨테이너 수송” 푸틴, 北답방때 첨단기술 논의 예고 정부 “北 해상 새로운 움직임 확인”… 한미일 북핵대표, 추가 제재 등 논의
6일 북한 나진항에서 러시아 선박 안가라호가 화물을 싣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위성사진.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이 사진을 분석해 올 8월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방식으로 북한제 탄약과 무기가 러시아로 옮겨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진 출처 RUSI
북한과 러시아가 8월부터 최소 다섯 차례 이상 탄약 등으로 추정되는 무기를 거래한 정황이 포착됐다. 북한과 러시아의 부인에도 불법 무기 거래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은 중국을 거쳐 18, 19일 방북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연합훈련 준비 정황도 포착해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은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북-러 간 군사협력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 北, 8월부터 탄약 대규모 공급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16일 발표한 ‘오리엔트 특급: 북한의 러시아 비밀공급 루트’ 보고서에서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북-러가 8월 1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북한 나진항과 러시아군 항구시설인 두나이항을 통해 수백 개의 컨테이너를 수송했다고 밝혔다. 위성사진에는 러시아 선박 앙가라호와 마리야호가 두나이항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나진항으로 이동해 컨테이너를 하역한 뒤 새로운 컨테이너를 실은 채 두나이항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포착됐다.이는 백악관이 13일 공개한 북-러 무기 거래 첩보와 일치한다. 백악관은 지난달 8일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나진항 사진과 이 컨테이너들을 실은 러시아 선박 2척이 두나이항에 도착한 12일 사진, 이달 1일 이 컨테이너들이 티호레츠크 탄약고에 도착한 사진을 공개했다.
앙가라호와 마리야호는 과거 러시아군 무기를 시리아, 미얀마 등으로 수송한 혐의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선박들이다. RUSI는 이 선박들이 북한 컨테이너 수송 과정에서 추적을 피하려고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껐다고 전했다.
북-러 무기 거래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직후인 8월부터 이미 이뤄진 만큼 푸틴 대통령의 북한 답방에서는 러시아 첨단 기술 제공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RUSI는 “북한은 미사일 및 기타 첨단 군사기술 제공을 대가로 요청할 수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북-러 연합훈련 준비 정황 포착”
정부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연합훈련을 준비하는 정황도 포착했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해상에서 평소와 다른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면서 “북-러 연합훈련 관련 정황일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러가 연합훈련에 나선다면 이는 무기 거래와는 또 다른 문제인 만큼 새 장을 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정황이 어떤 내용인지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해상 훈련 준비 움직임을 우리 정부가 일부 감지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북한 해상 인근에서 북-러 훈련 관련 감청 정보 등을 확보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방러 당시 러시아의 샤포시니코프 대잠호위함에 승선하는 등 해군력 증강에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8월에는 해군절(8월 29일)을 계기로 해군사령부도 방문했다.
양국 간 군사훈련에 대해선 러시아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러시아 하원 국방위원장은 “중국 동료들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북한 동료들이 동참하길 원한다면 더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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