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초록우산어린이재단-나이키 민관 협력해 조성한 ‘모두의 운동장’ 방치된 운동장 부지 리모델링해 탄생 지방공공기관 혁신 최우수 사례 선정
11일 서울 금천구 ‘모두의 운동장’에서 초등학생들이 운동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및 나이키코리아와 손잡고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 올 5월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자, 이제 친구와 손잡고 얼음땡을 해볼 거예요. 얼음땡 모르는 사람 있나요?”
11일 서울 금천구의 평생교육기관 ‘모두의 학교’ 안에 마련된 ‘모두의 운동장’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하던 양수안나 강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술래를 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운동 프로그램인 ‘액티브 모두’ 수업이 진행되자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더 커졌다. 양 강사는 “아이들이 서로 몸을 부딪치면서 배려와 협동심을 배우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 폐의류 활용해 조성한 ‘모두의 운동장’
서울시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및 나이키코리아와 손잡고 모두의 운동장을 만들어 올 5월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이 부지는 45년 동안 한울중학교 운동장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중학교가 2016년 이전한 후 학교 건물은 평생교육기관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운동장은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서울시 등은 이 공간을 리모델링해 ‘시민의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운동장은 나이키코리아의 환경 캠페인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이 캠페인은 폐기 의류 등을 재활용해 폐기물과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친환경 캠페인이다. 나이키는 폐신발을 운동장 아래 완충 소재로 활용했고, 폐의류를 활용해 물품보관함을 만들었다. 신발 밑창 고무를 운동장 바닥에 깔았는데 직접 밟아 보니 우레탄 바닥 못지않게 탄력적이었다.
모두의 운동장 사례는 지난달 ‘2023년 지방 공공기관 혁신 우수사례 공모’에서 최우수 사례로 선정돼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다. 운동장 관계자는 “기존 재활용은 재료를 분해해 재가공하는 게 일반적인데 모두의 운동장은 신발 밑창을 분해하지 않고 사용하는 ‘새활용’ 사례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운동장은 파랑 주황 등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활기찬 분위기를 조성했다. 얼음땡을 하던 아이들은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술래 온다” “도망쳐” 등을 외치며 즐거워했다. 양 강사와 함께 수업을 진행한 곽미진 강사는 “운동장 공간이 넓고 밝은 분위기라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기 좋았다”고 말했다.
● “다양한 연령대가 이용하도록 디자인”
운동장은 다양한 연령대가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농구장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높이가 다른 골대 3개를 설치했다. 풋살장도 원형으로 만들어 여러 팀이 동시에 경기할 수 있게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올 5월 개관식에서 축사를 통해 “모두의 운동장이 사회적·신체적 약자를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진정한 의미의 세대 통합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주민 반응도 좋은 편이다. 운동장 개방 이후 6개월 동안 총 1만7239명의 시민이 운동장을 이용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가 운동 수업을 듣고 있다는 신연화 씨(42)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운동장이 따로 없어 놀 공간이 부족했는데 안전하게 체력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고 했다.모두의 운동장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알고 싶으면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홈페이지나 모두의 학교로 문의하면 된다. 구종원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장 직무대행은 “모두의 운동장을 통해 앞으로도 다채로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