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승 기자
출범 1년을 갓 넘긴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의 행보를 보면 왜 만들어졌는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국교위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정부는 교육과 대학을 지역 균형발전의 동력으로 삼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교육청은 경쟁 교육 완화를 위해 IB(대구)와 생태전환교육(서울, 경남, 인천)을 시도하고 있다. 교육계에서 충격적인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국민은 보이지 않는 국교위에 어떤 기대도 걸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국교위는 존재감 없는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 전락할 것이다.
국교위는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100년 교육정책 수립을 위해 만들어졌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좌우를 오가는 교육에서 벗어나고, 선진국 문턱에 선 한국의 위상에 맞는 교육의 역할을 규정하며, 여기에 필요한 정책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끌어내는 등 국교위에 주어진 책무는 막중하다.
한국의 국교위는 핀란드의 국가교육위원회를 벤치마킹했다. 핀란드 국교위는 정치적 중립성, 법적 독립성, 민주성, 일관성 등 4가지 원칙으로 운영된다. 사회적 합의가 뒤를 받치고 있다. 핀란드 국교위 역시 사회적 대타협의 결과다. 에르끼 아호 핀란드 국가교육청장이 1972년부터 1991년까지 정권이 바뀌어도 20년간 한 자리에 있으면서 교육개혁을 할 수 있었던 건 ‘교육은 정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라는 사회적 합의 덕분이었다. 핀란드는 교육개혁 준비에 무려 30여 년 동안 공을 들였다.
경쟁에서 비롯된 한국 교육의 부정적인 면은 학교폭력, 교권 추락, 의대 올인, 사교육 심화 등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한국 교육 문제의 근원은 객관식 대입과 줄 세우기 교육에 있지만, 사회적 합의 없이 개선은 힘들다. 진영, 계층, 지역 등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평생교육과 유아교육의 내실화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 없이 교육 문제의 현상 위주 대처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퍼스트 무버가 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최근 발표된 2028 대입 개편도 한 예다. 정부 주도의 대학 입시의 개편으로 경쟁에서 벗어나고, 자신만의 생각을 키워주는 교육은 더 힘들게 됐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교육개혁의 물꼬를 트라고 만든 기구다. 국교위가 할 일은 우리만의 교육을 세우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꼭 필요하다는 걸 국민에게 앞장서서 알리고 실천하는 것이다. 인고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이 노력 대신 언제 바뀔지 모를 어설픈 교육정책 제안에만 매달리고 진영간 대결의 장으로 삼는 건 국교위에 주어진 사명을 저버리는 것이다. 국교위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십자가를 짊어지기 바란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