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의원에서 의료진이 동절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가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스1
“백신 접종하라고 해서 3차까지 맞았는데 코로나에 걸렸어요. 이건 백신 효과가 없다는 말 아닌가요? 왜 계속 맞으라고 하나요?”
16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질병관리청 국립의과학지식센터에서 열린 ‘감염병 예방 관리 아카데미’의 발표자로 나선 송준영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국민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다며 ‘그럼에도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의향 조사’ 결과 ‘코로나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한 국민은 44%로, 절반에 가까운 사람이 코로나 예방접종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예방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답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높게 나왔다. 10~20대는 10명 중 6명인 62%가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들이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이유는 ‘백신을 맞아도 감염돼서’가 39%로 가장 많았다. ‘필요성을 못 느껴서’와 ‘효과를 믿을 수 없어서’라는 답은 모두 31%를 기록했다.
송 교수는 이 같은 전 국민적인 백신 효과 불신에도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는 중증 감염에 대한 예방 효과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코로나19 백신도 인플루엔자 백신과 마찬가지로 접종 후 3~4개월은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염 자체에 대한 예방 효과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중증 감염에 대한 예방은 접종 후 6~12개월 이상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중증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접종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 예방접종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르신이나 건강 취약 계층의 중증 사망을 막는 것”이라며 “6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 코로나19 치명률이 65세 미만의 약 40배에 달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제공
2023-2024 동절기 대비 코로나19 예방접종도 마찬가지다. 이번 접종은 19일부터 65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감염취약시설 구성원 등 고위험군을 시작으로 실시한다.
특히 이번에 맞게 될 신규 백신은 유행 변이에 대응하도록 개발된 XBB.1.5 단가 백신으로, EG.5.1 등을 포함한 XBB계열 변이는 물론 ‘피롤라’로 불리는 BA.2.86 변이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난 고위험군이 아니니 안 맞아도 되겠네”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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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백신은 물론 인플루엔자(독감) 백신도 함께 맞을 것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
질병청 감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연중 유행을 지속하지만 특히 겨울철부터 큰 유행 패턴을 보인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송 교수는 “동시 감염된 경우 코로나19 단독 감염 경우에 비해 인공호흡기 치료를 요하는 중증 감염의 위험도가 2.3배, 중환자실 입원 비율이 2.1배 증가한다고 보고됐다”며 “특히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동시에 감염되면 중증도가 더욱 높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시접종 안전성에 대한 연구들 결과를 봐도 서로 면역원성(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정도)에 대한 면역 간섭이 없고 안전하게 접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미국, 영국, 일본, 호주 등에서도 동시 접종을 권고하고 있어 우리나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코로나19가 2급에서 4급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이 바이러스의 유행이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며 “이번 접종으로 끝나지 않겠지만 이번 접종 또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고위험군은 시기에 맞춰 꼭 접종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