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당. 서울경찰청 제공
● 북한 정찰총국 소속 식당 부사장에 포섭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2016년부터 미얀마와 라오스의 북한식당에 출입하며 식당 운영에 필요한 물품과 의약품, 마약류 등을 제공한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대표 A 씨(52)를 검찰에 넘겼다고 18일 밝혔다. A 씨는 국가보안법, 마약류관리법, 약사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경찰 조사 결과 식당 여직원이 처음 A 씨와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초기에는 음식 등 생필품을 지원했지만 나중에는 공연 물품이나 공연복, 달러 등 북한식당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물품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의약품과 향정신성의약품 등 마약류까지 건넸다고 한다.
A 씨가 7년 동안 식당 측에 건넨 미화는 4800달러(약 650만 원), 물품은 2070만 원 상당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달러와 지원품 일부는 ‘충성자금’ 명목으로 북한에 보내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 “련계했다는 건 비밀”
서울경찰청 제공
북한식당의 이른바 ‘충성자금’ 조달이 차질을 빚는 상황 등 내부 사정까지 알게 된 A 씨에게 식당 부사장은 점차 높은 수준의 지령을 하달했다고 한다. 식당 부사장이 미얀마 정부로부터 의뢰받은 임무를 전달해 A 씨가 ‘미얀마 정부 반대 세력의 인터넷 사이트 차단’ 방안 실행을 검토하기도 했다. 식당 부사장은 A 씨가 국내로 돌아온 후에도 메신저와 국제전화 등으로 소통하면서 ‘채팅기록 삭제’, ‘련계(연계)했다는 건 비밀’, ‘북남관계가 좋지 않으니 호칭 변경해라’ 등의 보안 유지 지시를 내렸다.
A 씨가 국내에서 탈북자 단체에 접근하는 등 북한 출신 인사들에게 접촉을 시도한 사실도 확인됐는데 경찰은 이 역시 북한 지령을 받고 접근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올 4월 서울 주거지에서 붙잡힌 A 씨는 4차례 조사를 받았는데 북한식당 여성 종업원과의 관계만 인정하고 다른 혐의 내용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증거가 대부분 확보됐고 도주 우려가 없어 불구속 상태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며 “해외 북한식당이 대남공작 활동의 거점 기지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고 말했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