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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업자 요구 들어줘라”…‘백현동 공소장’에 적시된 이재명-정진상 부당 지시[법조 Zoom In]

입력 | 2023-10-18 18:39:00


“피고인 이재명이 출마한 각종 선거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피고인 이재명의 성남시장 초선 및 재선에 기여한 김인섭이 백현동 개발사업 인허가 등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김용식)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며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 적시한 내용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이른바 ‘백현동 로비스트’로 불리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로부터 향후 선거 및 정치활동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법령상 임무에 위배되더라도 청탁을 수용해줬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18일 동아일보가 A4용지 39쪽 분량의 이 대표 공소장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검찰은 최소 10차례 이상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부당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 ‘공영개발 원칙·주거용도 불가’ 알고도 “업자 요구 들어줘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올해 8월 17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 청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공소장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4년 2월 백현동 부지 공영개발을 원칙으로 하고 주거용도로 개발할 수 없도록 ‘성남도시기본계획’에 명시했다. 이 대표도 이를 실무자에게 보고받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백현동 민간사업자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가 2014년 백현동 부지를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달라며 성남시에 두 차례 요청했지만 실무진은 도시기본계획에 근거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정 전 실장은 2014년 11월 용도변경 업무 담당 실무자 A 팀장을 불러 “인섭이 형이 백현동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잘 챙겨줘야 한다”며 ‘인허가 서류가 접수되면 사업자가 요구하는 대로 잘 처리해 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정 전 실장은 같은 해 12월에도 A 팀장에게 전화해 “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민간사업자 측의 요구대로 잘 처리해 줘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A 팀장은 2015년 3월 준주거지로 부지 용도를 변경해달라는 정 대표의 3차 요청을 반려하지 않고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백현동 부지를 주거용도로 개발할 수 없게 정한 도시기본계획에 반하는 것을 알고도 이를 승인했고,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로 4단계 수직 상향하는 안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며 공소장에 적시했다.



● ‘공사 참여하면 200억 원 확정이익’ 알고도 “공사 빼라”

백현동 민간사업자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제안한 4가지 개발이익 200억 원 지급 방안 문서.


당시 성남시는 부지 용도상향의 조건으로 ‘공사의 사업 참여’를 내걸었다. 정 대표도 수긍하고 공사에 확정이익 200억 원을 제공하는 네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2015년 3월 유동규 전 공사 직무대리(당시 기획본부장)는 이 대표에게 “공사가 참여하면 최소 200억 원을 받을 수 있다”며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 대표는 “백현동 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신경 써 줘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무렵 주거환경과도 이 대표에게 부지 용도상향의 전제조건 9가지를 보고했다. 이 조건 중에는 ‘공사의 사업 참여’가 포함돼 있었다. 이로부터 약 한 달 뒤 정 전 실장은 용도변경 담당 B 과장을 따로 불러 “공사는 백현동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이 대표 지시사항을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향후 추진 과정에서 확실히 공사가 배제되도록 업무를 처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도 적시했다.

결국 이 대표에게 보고된 도시관리계획 입안보고서에는 ‘공사 사업 참여’ 항목이 빠졌다. 검찰은 이 대표가 당초 포함돼 있던 ‘공사 사업 참여’ 항목이 누락된 것을 알고도 보고서를 승인하고 추후 절차를 진행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 지시에 따라 시의회 의견청취 등 향후 절차가 진행됐고 2015년 9월 이 대표는 공사의 사업 참여가 누락된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안을 최종 승인했다.

‘공사의 사업 참여’ 항목이 누락된 인허가 절차 진행은 2016년 5월 지구단위계획을 입안하는 과정에서도 반복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같은 해 7월 공사의 사업 배제 이유를 묻는 유 전 직무대리에게 ‘정 전 실장이 김 전 대표와 이야기가 됐다고 해서 공사의 배제를 결정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자신의 결정을 재차 하달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 민간사업자 이익 극대화 ‘50m 옹벽’도 “문제 삼지 말라”

경기 성남시 백현동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 50m가 넘는 옹벽이 설치돼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백현동 부지는 높은 산지에 위치해 있고 근처에 공군 시설이 있어 건축물 고도제한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이에 정 대표는 수익 극대화를 위해 부지 북쪽에 있는 경사면을 50m까지 수직으로 절개하고 옹벽을 세워 고층 아파트를 지을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이 계획이 산지의 경사면을 수직으로 절개하는 경우 15m를 넘을 수 없도록 규정하는 ‘산지관리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 전 실장은 2016년 10월 중순 C 국장에게 전화해 “정 대표의 옹벽 건축계획안을 문제 삼지 말고 빨리 사업을 진행시켜라”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실무자들은 정 대표의 계획이 포함된 지구단위계획안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고 이 대표는 이를 최종 결재했다.

검찰은 각종 특혜의 결과로 백현동 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한 정 대표가 총 1356억 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했다고 봤다. 반면 공사는 사업에 참여만 했어도 받을 수 있었던 확정이익 200억 원을 받지 못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검찰은 “공사의 지분을 100% 보유한 성남시장은 기업(공사)의 공공복리가 증대되도록 운영해야 하고 주주권과 업무감독권을 적정하게 행사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대표)는 위와 같은 업무상 임무에 위배해 공사에 손해를 가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