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는 대전 갈마지구대의 밤 본보 기자, 지구대 야간근무 동행… 유흥업소-원룸 많아 신고 잦은 편 마약 정황 발견하거나 음주 시비 등 총 12시간 근무 중 38번이나 출동 인수인계 거치면 퇴근 시간 훌쩍
폭행 사건으로 출동한 둔산동 유흥가에선 신고자에게 당시 상황을 듣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 마약 범죄 정황 눈앞에 두고
오전 4시 20분경 월평동에 있는 아파트 6층 가정집. 폭행 신고가 들어온 곳이다. 갈마지구대 소속 경찰관 4명이 도착했다. 현관문 사이로 날카로운 여성 비명이 새어 나왔다. “경찰관입니다”라는 말에 속옷만 입은 20대 남성 A 씨가 현관문을 벌컥 열었다. 온몸에 문신을 한 그는 다짜고짜 “대박이네. 마약 안 했다고요”라며 현관문을 발로 걷어찼다. 마약 얘기는 A 씨가 경찰을 보자 스스로 먼저 꺼낸 말이다. 욕설과 혼잣말을 연거푸 중얼거리기도 했다. 20대 여자친구는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안방에 있었다. 정강이와 턱이 까져 벌겋게 됐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다. “남자친구가 술을 많이 마셨다”고 말했다. 경찰은 거실 식탁 근처에 있던 투명 봉지와 빨대에 주목했다. 봉지 안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가루가 있었다. A 씨는 “친구들과 장난으로 넣어 놓은 밀가루다. 가져가려면 영장 갖고 와라”라고 소리 질렀다. 폭행 신고는 마약 의심 사건으로 번졌다. 남녀 모두 마약 간이시약 검사를 거부했다.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를 댔다. 둔산서 형사팀과 과학수사대, 추가 지원까지 10명 넘는 경찰이 모였다. A 씨 부모도 왔다. 경찰은 “흰 가루 성분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A 씨는 임의제출을 거부했다. 임의제출은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 A 씨 부모는 “내 자식을 지켜야겠다. 집에서 나가 달라”고 했다. 1시간 넘게 실랑이가 이어졌다. 결국 형사들은 오늘 정황을 토대로 영장 신청 절차를 밟기로 했다. 경찰은 하얀 가루가 담긴 봉투를 가져 나오지 못하고 철수했다.● 허무맹랑한 신고일지라도
대전 둔산경찰서 갈마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성폭행 위협을 받았다”는 신고자를 만나 얘기를 듣고 있다. 이 신고자는 당일에만 같은 내용으로 112에 84번 신고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