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리더십엔 유머가 필수다. 유머는 모든 리더에게 똑같이 효과적일까? 기존 연구들은 업무 상황에서 농담을 하는 것이 남성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여성에게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유머가 때론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시아드와 뉴욕주립대 공동 연구진은 남성과 여성의 유머가 어떻게 다르게 인식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제 연사와 청중을 섭외해 공개 발표 상황에서 두 가지 연구를 수행했다. 먼저 연구진은 2400여 건의 TED, TEDx 토크 강연에 대한 반응을 분석했다. 청중 평가, 독립 평가, 온라인 조회 수를 바탕으로 청중이 얼마나 자주 웃는지를 측정해 유머를 더 많이 사용하는 여성 발표자가 그렇지 않은 여성과 유머러스한 남성 발표자보다 인기가 많으며 더 많은 영향과 영감을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경향은 강연 주제나 규모, 유머 유형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이런 효과가 나타난 이유 중 하나는 성별에 관계없이 유머가 따뜻함과 유능함 두 가지를 모두 전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여성 리더가 따뜻함을 보여주면 덜 유능하다고 인식되고 유능함을 드러내면 덜 따뜻하다고 인식된다. 그러나 유머는 여성들이 자주 직면하는 따뜻함과 유능함의 딜레마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단호하게 말하는 여성은 종종 남성에 비해 호감도가 낮았으며 위협적이라고 인식됐다. 여성이 따뜻하고 친근해 보이면 능력을 의문시하는 반응을 얻기 일쑤였다. 이때 유머는 여성의 따뜻함과 유능함을 동시에 보여줘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연구진은 TED 관련 연구에서 유머러스한 여성이 더 따뜻하면서도 유능하다고 인식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성이 성별 고정관념을 거부할 때 반발 효과가 나타난다는 여러 기존의 연구에 비춰 보면 이는 매우 놀라운 결과다.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여성이 상대적으로 유능하지 않다는 등 기존의 성별 고정관념을 거부할 때 오히려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여성 발표자가 유머를 효과적으로 활용해 ‘여성은 웃기지 않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유능하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물론 유머가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유머는 리더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 도구 중 하나일 뿐이며 효과적으로 유머를 활용하려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유머가 TED 강연이나 스타트업 피칭에서는 통했지만, 이사회나 기자회견에서는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모든 농담이 모든 발화자에게 똑같이 적용되지도 않을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재미있는 여성이라고 해서 남성과 비슷한 농담을 하지는 않았다. 여성의 유머는 독특하고 개인적이며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경향이 있었다. 성별에 관계없이 유머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유머를 발표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줄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발표자가 자기 스타일과 정체성에 맞게 의사소통 전반의 내용과 방식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연구들은 여성들이 편견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데 유머가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들은 재미없다는 말을 들을까 봐 유머러스하게 말하길 꺼린다. 이 때문에 공개된 무대에서 보는 대부분의 재미있는 사람은 남성일 때가 많으며 이는 고정관념을 더욱 강화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여성들이 잡을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알려준다. 성별 고정관념에 따른 기대를 거부하면 의외의 보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유머에 대한 기대가 낮기 때문에 유머를 성공적으로 구사하는 여성은 훨씬 긍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디지털 아티클 ‘여성이 가진 유머의 힘’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엘라 미론스펙터 인시아드 조직 행동 부교수
줄리아 베어 뉴욕주립대 조직 행동 교수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