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국회에서는 노동계, 전문가, 시민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이 주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평가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뉴시스
한국의 연금제도가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는 해외 기관의 평가 결과가 나왔다. 세계 40여 개국에 지사를 둔 미국 연금 전문 자산운용업체 머서와 글로벌 투자전문가협회가 발표한 ‘2023 글로벌 연금지수(MCGPI)’에 따르면 한국 연금제도는 보장성과 지속 가능성, 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평가해 합산한 결과 100점 만점에 51.2점을 받아 평가 대상 47개국 가운데 42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태국, 튀르키예, 인도, 필리핀, 아르헨티나뿐이다.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은 우리보다 높았다.
MCGPI는 2009년부터 매년 공개돼 왔는데 올해 한국 연금제도가 받은 점수는 ‘리스크를 해결하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국내 연금제도는 우리가 봐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선진국보다 뒤지는 노후 소득 보장성은 다른 나라에는 없는 기초연금으로 어느 정도 보완하고 있다. 문제는 지속 가능성과 신뢰도다. 1990년생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2055년이면 연금재정이 바닥나게 된다. 3040세대의 경우 탈퇴하고 싶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연금개혁을 3대 개혁 과제로 제시하고 이후로도 “인기 없는 일이지만 해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런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달 중 국회에 정부안을 내야 하는 보건복지부의 개혁 의지는 후퇴 일로다. 지난달 복지부 자문기구가 보험료를 더 내고 늦게 받는 안을 공개한 후 여론이 싸늘해지자 “국민 수용성이 중요하다”며 한 걸음 물러서더니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는 “(연금개혁 단일안을 낼지) 장담할 수 없다”고 다시 뒷걸음쳤다. 최근에는 민감한 숫자는 빼고 다른 공적연금까지 아우르는 맹탕 구조개혁안을 낼 수 있다는 얘기도 흘리고 있다. 국회가 자체 개혁안을 만들겠다고 큰소리쳐 놓고 ‘구조개혁이 먼저’라며 꽁무니를 뺀 것과 판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