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칸막이 없앤 ‘이음학교’ 학교급 다른 두 학교 교육과정 연계… 동아리-과학실험 등 학생들 소통 “후배 가르쳐주며 심화 학습 효과”… 교원 공유로 선택과목 늘릴 수 있어 학교 통폐합 대안으로 활성화 계획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신여중에서 열린 일신여중·잠실여고 2023학년도 이음학교 도서관 행사에서 참가 학생들이 한글 초성 퀴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1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일신여중 도서실. 중학생들이 꾸며 놓은 초성 퀴즈, 순우리말 찾기 등의 코너에 키가 한 뼘쯤 큰 잠실여고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서로 다른 교복을 입은 중고교생이 함께 게임을 하며 마치 한 학교 학생인 것처럼 어울렸다. 10월 독서의 달을 맞아 두 학교 도서부 동아리 학생들이 함께 준비한 행사였다. 잠실여고 2학년 황예지 양(17)은 “고등학교 안에서만 진행할 때보다 규모도 커지고, 더 많은 학생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같은 재단(서울학원) 소속인 두 학교가 올 1학기부터 ‘이음학교’로 운영된 뒤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통합운영학교는 올 4월 기준 전국 133개교가 운영 중이다. 서울엔 송파구 해누리초·중 등 4곳이 있고, 일반계 중-고 통합 모델은 일신여중과 잠실여고가 처음이다.
● 동아리 통합 운영하고, 중학생 진로교육 강화
학생들 간 통합은 동아리 활동 등 주로 비교과 과정에서 이뤄진다. 올 1학기부턴 과학실험, 컴퓨터 등 잠실여고 4개 동아리가 중학생들의 참가 신청을 받아 공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여름방학 땐 고교 대상 예비 과학자 캠프에 일신여중 희망 학생 10명을 초청해 분자생물학을 주제로 심화 과학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잠실여고 2학년 박진서 양(17)은 “동생들을 도와주고 가르쳐 주려면 더 깊이 있게 공부를 해야 해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신여중 3학년 김민서 양(15)은 “궁금했던 과학실험을 선배들과 같이 해 보고,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체험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음학교 운영 후 학교 측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중학생들의 진로교육이다. 일반 학교에서도 진로 체험이나 특강이 운영되고 있지만, 고교만큼 체계적이진 않다. 진로교육이 고교 3년에서 중학교까지 확대되면 더 이른 시기부터 진로를 설계할 수 있다. 이달 19일 열리는 진학설명회에는 기존 고1뿐 아니라 중3 학생과 학부모까지 참여 기회를 넓혔다. 백 교장은 “잠실여고 출신의 다양한 분야 선배들이 진학 정보나 해당 분야의 경험을 전수하는 기회를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학령인구 감소, 학교 재구조화 불가피
두 학교는 인적, 물적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공동으로 쓸 체육관과 도서관도 새로 짓는다. 잠실여고엔 사서 교사가 없는데, 일신여중의 사서 교사가 도서실을 공동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외부 스포츠강사는 두 학교 수업을 모두 맡는다. 기초학력이 부족한 고1을 대상으로 중학교 과정을 보완하는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도 이음학교이기에 더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다. 교원 간 통합도 이음학교의 장점이다. 특히 2025학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서 교사가 학교급을 넘어 수업을 진행하면 더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할 수 있다. 배송희 잠실여고 교사는 “중학교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으면 학생들이 원하는 소규모 선택 과목 운영 등 고교학점제를 더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선 걸음마 단계인 통합학교는 개선할 점도 많다. 가령 수업시간이 중학교는 45분, 고등학교는 50분으로 달라 공동 활동에 제약이 많다. 백 교장은 “현재 두 학교의 교사 현원이 각각 정해지는데, 통합 배정해 학교 자율로 운영하도록 재량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음학교 특성에 맞는 학사관리 방안을 더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음학교학교급이 다른 초등학교와 중학교 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통합해 시설과 교원 등을 공유하고, 교육과정을 연계하는 서울형 ‘통합운영학교’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