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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는 민간 외교관…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 필수”

입력 | 2023-10-19 03:00:00

서울시, 무자격 가이드 근절 나서
명동-청계천서 현장 점검-캠페인
자격증 없이 안내하면 과태료
종로구-마포구서도 캠페인 예정



12일 오후 서울시 및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관계자 등이 무자격 가이드를 근절하자는 손팻말을 들고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걷고 있다. 최근 외국인 단체관광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시작된 ‘무등록 여행업체 및 무자격 가이드 근절 캠페인’은 26일 종로구, 30일 마포구에서도 진행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잠시만요, 가이드 자격증 확인하겠습니다.”

12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인근 한류 홍보전시관. 서울시 관계자가 대만 단체관광객 11명을 인솔하던 가이드를 멈춰 세웠다. 이 가이드는 자격증을 목에 걸고 있지 않았다.

가이드가 주머니에서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꺼내자 서울시 관계자는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 자격 조회 시스템을 가동해 자격증을 검사했다. 잠시 후 휴대전화 화면에 ‘유효한 자격증’이란 문구가 뜨자 자격증을 돌려주며 “앞으로는 패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 “무자격 가이드 및 여행업체 근절”

서울시는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관광 허용 및 한류 관광객 증가 추세를 감안해 12일부터 ‘무등록 여행업체 및 무자격 가이드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다. 또 외국인 단체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명동 등에서 현장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관광진흥법에 따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안내는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만 할 수 있다. 그러나 여행업계에선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해 쇼핑 실적 채우기에 동원하거나, 관광지 등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체관광이 조금씩 활성화되는 시점에 관광의 질을 높이기 위해 무등록 여행업체와 무자격 가이드 근절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일 캠페인에 참여한 서울시와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 관계자 등 약 30명은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앞에 모여 어깨띠를 두르고 손팻말을 들었다. 팻말에는 ‘당신의 가이드는 자격증이 있습니까?’, ‘STOP 무자격 가이드!’ 등의 문구가 한국어, 영어, 중국어, 태국어, 베트남어 등으로 적혀 있었다.

캠페인 참가자들은 명동을 출발해 을지로입구역을 거쳐 청계광장까지 걸으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무자격 가이드 근절을 안내하는 관광 안내서를 나눠 줬다. 안내서를 받아든 중국인 관광객 두안 씨(42)는 “자격이 없는 가이드가 잘못된 설명을 하고 이상한 곳으로 안내한다면 모처럼 온 여행도 엉망이 될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격증 소지 여부 확인도 이뤄졌다. 이날 자격증 검사를 받은 12년 차 가이드 이모 씨(51)는 “방금 인천공항에서 서울까지 오는 1시간 반 동안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일을 자격 없이 해선 안 된다”고 했다. 다른 가이드 윤모 씨(49)도 “가이드는 ‘민간 외교관’이다”라며 “한국에 대한 첫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만큼 자격 있는 사람이 제대로 인솔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자격 없이 관광 안내를 한 가이드에게는 과태료가 부과되고, 무자격 가이드를 고용한 여행업체에는 과징금 및 시정명령·사업정지·등록취소 등의 처분이 내려진다. 서울시는 26일 종로구, 30일 마포구에서도 후속 캠페인 및 자격 점검을 진행할 방침이다.

● “관광질서 확립 위해 위법 행위 집중 단속”

지난달 서울시는 ‘서울관광 미래비전 선포식’을 열고 연간 3000만 명 관광객 유치 목표를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서울을 찾은 관광객은 1390만 명이었다. 지난해는 244만 명이 서울을 찾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관광질서 확립을 위해 위법 행위를 집중 단속하며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즐거운 추억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