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2기 체제’ 黨 4역과 오찬 ‘주1회 고위당정회의’ 건의 수용 尹, ‘반성’ 첫 언급… 변화 필요성 시사 “김한길, 尹에 탈이념-실용 조언”
尹, 黨 4역과 오찬 뒤 용산어린이정원 산책 윤석열 대통령이 당 4역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앞줄 오른쪽), 윤재옥 원내대표(앞줄 왼쪽), 유의동 정책위의장(뒷줄 왼쪽), 이만희 사무총장(뒷줄 오른쪽)과 함께 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오찬을 한 뒤 용산어린이정원을 산책하고 있다. 뒷줄 가운데는 김은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대통령실 제공
“저와 내각이 돌이켜보고 ‘반성’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 및 국민의힘 지도부 등 90여 명과의 만찬에서 “통합위의 활동과 정책 제언들이 얼마나 정책 집행으로 이어졌는지 살펴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다음 날인 18일 오전 참모들에게는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떤 비판에도 변명을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처음 “반성”을 언급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
이날 윤 대통령은 새로 출범한 ‘김기현 2기 체제’의 당 4역(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과의 오찬 회동에서도 “민생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윤 대통령에게 “주요 민생 정책을 당이 앞장서 이끌겠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주 1회 고위당정회의를 정례화하자는 여당의 건의를 수용했다.
● 尹 “이념 부각 멈추고 민생 집중” 건의 수용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이만희 사무총장, 유의동 정책위의장과 상견례를 겸해 오찬을 했다. 윤 대통령과 당 4역은 대통령실 앞 용산어린이정원을 함께 산책했다. 오찬은 김 대표가 먼저 제안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여 성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15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도 추려 윤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가진 참모회의에서 “우리가 민생 현장으로 더 들어가서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합위 만찬에서 당 지도부를 만난 뒤 다시 오찬을 가진 데 대해 “팍팍해진 국민의 삶에 분골쇄신해 민생을 세심하고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보선 패배와 관련됐는지에 대해서는 “정치에서 ‘민심은 천심이고 국민은 왕’이라며 늘 새기고 받드는 지점이 있다”면서 “이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해 달라”고 답했다. 보선 패배에서 비롯된 민심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이념 중심의 정책 기조를 수정해 철저히 민생 중심의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사무총장은 이날 오찬에 대해 “어려운 국민들, 좌절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국민들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챙겨야겠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당정이 민생과 관련된 정책 소통을 더 긴밀히 해야 한다는 데 당과 대통령실이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현안 위주로 비공식, 비공개, 비정기적으로 열렸던 고위당정회의를 주 1회로 정례화하자고 제안했고, 대통령실 측에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 김한길, 尹에 ‘탈이념·실용’ 조언
윤 대통령은 17일 통합위 만찬에서도 “지금 많은 서민들, 청년들은 또 여러 가지 경제와 어려운 가계 부채라든가 이런 문제로 아주 정말 힘들다”며 민생을 강조했다. “통합위의 활동과 정책 제언들은 제게도 많은 통찰을 줬다고 확신한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과 위원들에게 박수”라며 통합위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념이 제일 중요하다”던 윤 대통령이 보선 패배 이후 이념 언급을 철저히 삼가며 메시지와 정책 기조에 변화를 준 대목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 역할론을 언급하는 기류도 있다. 일단 김 위원장은 최근 통합위 간부회의에서 “보선이 끝나고 나서 나의 거취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나는 어디 안 가니까 동요하지 말고 일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