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10.19/뉴스1
한국은행이 불안한 경기 상황 탓에 6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불확실한 물가 상황은 향후 금리를 언제든 끌어 올릴 수 있는 복병으로 남아 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세가 국내 물가로 전이될 경우, 기준금리를 3.50%로 유지하는 한은의 동결 릴레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9일 오전 한은 본부에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2·4·5·7·8월에 이어 6회 연속 유지되고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2.3%) 2%대에서 8월(3.4%)과 9월(3.7%) 3%대로 높아졌지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비교적 안정됐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 변동이 심한 석유류·농산물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지난 1월 5.0%에서 9월 3.8%로 둔화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 또한 1월 4.1%에서 7~9월 3.3%로 비교적 안정된 상태다.
다만 하반기 이후 꿈틀대던 국제유가가 최근의 중동 전쟁으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국내 물가 상황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유가 오름세 여파로 국내 근원물가마저 오르기 시작하면 한은 역시 동결 행보를 이어가기 어려워진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92% 상승한 배럴당 88.3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10월3일 이후 2주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간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된다. 이같은 석유류 가격 인상은 외식비와 공산품 등 근원물가를 끌어올리는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다.
국제유가 오름세는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품목의 물가를 끌어올리는 경로로도 국내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한은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3년 9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39.67(2015=100)로 한 달 전에 비해 2.9% 상승했다.
유성욱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장은 “이번 수입물가 상승은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광산품, 석유류 제품 등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이번 전쟁과 관련한 ‘시나리오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서 최악의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국제유가가 높은 상태로 지속되면 공공요금과 근원물가 또한 올라가게 된다”며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보다는 인상 여부가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