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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결제하면 할인해드려요”…유명 온라인 쇼핑몰 사칭 사기 급증

입력 | 2023-10-19 11:03:00

실제 온라인 쇼핑몰 도메인(예시)과 사칭 온라인 쇼핑몰 도메인(예시). 공식 홈페이지 주소에 알파벳이나 특수 문자를 추가 삽입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 사이트인지 가짜 사이트인지 알 수 없도록 했다. 서울시 제공


지난 6월 A 씨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세탁기 가격을 비교한 후 최저가로 판매 중인 한 오픈마켓에서 구매했다. 그런데 며칠 후 판매업체 측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구매를 자동 취소 처리했다. 판매자는 A 씨에게 연락해 유명 종합 쇼핑몰 사이트 링크를 보내며 “회원가입하고 현금으로 결제하면 추가 할인해 준다”고 안내했다. 이에 A 씨는 46만8000원을 입금했지만 판매자는 제품 입고가 지연된다는 이유로 배송을 미루더니 A 씨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오픈마켓과 연계해 대형 홈쇼핑 등 유명 온라인몰을 사칭한 사이트에서 현금 결제를 유도한 뒤 상품을 보내지 않고 대금만 탈취하는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에 올해 1~9월 접수된 사기 피해 사이트 수는 총 162개로, 전년(42개) 대비 4배가량 증가했다. 2019년~2022년 4년간 접수된 사기 사이트 건수(78건)보다도 2배 큰 규모다.

사기 사이트 유형 중 ‘유명 온라인몰 사칭 사이트’ 피해가 218건(103개 사이트)으로 가장 많았다. 피해 금액은 1억3950만 원이다. 이외 ‘전시상품 할인판매 사이트’ 피해는 235건, ‘일반 온라인몰’ 피해는 106건 등으로 조사됐다.

유명 온라인몰 사칭 판매자들은 주로 오픈마켓에 최저가로 상품을 등록하고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재고 부족을 이유로 취소 처리한 뒤 미리 만들어 둔 허위 사이트에서 재구매하도록 유도해 대금을 탈취했다.

오픈마켓에서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배송 완료될 때까지 판매자가 대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유명 온라인몰을 사칭한 사이트로 결제를 유도한 것이다.

특히 관련 피해의 90% 이상이 특정 오픈마켓을 통해 발생했는데, 이 오픈마켓은 비사업자도 본인인증만 거치면 쉽게 입점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감시가 느슨한 주말 사이 거래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사칭 사이트는 유명 가전 전문몰에 한정됐으나 최근에는 유명 종합 쇼핑몰까지 확대돼 가구·식품·골프용품 등으로 품목이 다양화됐다. 유명 온라인몰의 사업자 정보와 이미지, 로고 등을 그대로 도용하면서 공식 홈페이지 주소에 알파벳이나 특수 문자를 추가 삽입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 사이트인지 가짜 사이트인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서울시는 유명 온라인몰 사칭 사이트 피해를 막기 위해 지난 8월 국내 주요 4개 웹서버대여(호스팅) 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특정 단어가 포함된 인터넷 주소를 차단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거래를 모니터링하는 한편 사기 사이트·패턴을 공유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서울시는 오픈마켓에서 구매한 물품을 판매자가 주문 취소한 후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품절됐다거나 추가 할인해 준다며 별도 사이트에서 현금 결제를 유도하면 구매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온라인 쇼핑 관련 피해를 본 소비자는 서울시 전자상거래센터(ecc.seoul.go.kr 또는 ☎2133-4891~6)로 상담 신청하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김경미 서울시 공정경제담당관은 “소비자들이 유명 온라인 쇼핑몰을 신뢰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기 수법이 점차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유의가 요구된다”며 “오픈마켓 판매자 본인인증 강화·비정상 거래취소 모니터링 강화 등 피해 예방을 위해 업계와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