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아시안게임 등 스포츠 대회 국가 경제력 강할수록 메달 획득 많아 각국 발전 수준 나타내는 지표 되기도 개최국은 이익보다 경제적 손실 커… 그리스, 올림픽 이후 부도 위기 겪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딴 인도의 아브히셰크 베르마 선수, 금메달을 딴 인도의 오자스 프라빈 데오탈레 선수, 동메달을 딴 한국의 양재원 선수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항저우=신화 뉴시스
10월 8일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폐막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아시아의 스포츠 강국으로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의 소중한 성과를 올렸습니다. 모든 참가 선수가 공정한 규정 속에서 정정당당하게 능력을 펼쳤고 아시안게임은 성황리에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구시대적 메달 순위 매기기 관행, 상호 간에 경쟁이 격화되면서 상대 국가를 비방하고 혐오하는 그릇된 응원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메달 획득에서도 한중일 3개국이 독식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메달 편중 또한 더욱 심화하였습니다. 오늘의 세계 지리 이야기에서는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 스포츠 대회 이면의 지정학적 사연들과 세계의 공간적 불평등 문제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프랑스 쿠베르탱 남작 제의로 시작
아시안게임은 아시아 대륙에 속한 국가들의 스포츠 축제입니다. 올림픽을 주관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의 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주관하기 때문에 올림픽과 유사합니다. 아시안게임 말고도 IOC 산하의 대륙별 올림픽협회에서는 저마다의 스포츠 대회를 개최합니다. 아시안게임 개최 3개월 전에는 폴란드에서 유러피안게임이 개최됐으며, 10월 20일에는 칠레에서 판아메리카게임이 개최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시안게임에만 관심이 있을 뿐 유러피안게임이 이미 개최되었다는 사실이나 판아메리카게임이 개최된다는 사실은 잘 모릅니다. 이는 현대의 세계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된 듯하지만 세계의 여러 정보가 신문과 방송 등 각종 미디어를 거쳐 선별되다 보니 미디어가 제공하지 않은 다른 지역의 정보에는 의외로 무지하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이렇게 1896년 제1회 근대 올림픽이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개최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프랑스 사람이었던 쿠베르탱 남작은 보불전쟁에서 프랑스의 적국이었던 프로이센을 싫어했기에 초기 올림픽 대회에서 독일은 참여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쿠베르탱 남작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참관한 올림픽은 정작 독일에서 1936년에 개최된 베를린 올림픽이었습니다. 참고로 베를린 올림픽은 고(故) 손기정 옹이 마라톤 종목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한 대회이기도 합니다.
● 韓, 올림픽 2번-아시안게임 3번 개최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 여름올림픽과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개최한 경험이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은 3번이나 개최했습니다. 이런 국제대회에는 여러 국가가 개최를 위한 경쟁에 뛰어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경쟁의 이면에는 개최를 통한 국가 홍보와 경제적 기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많은 경제학적 연구들은 이런 효과에 대한 회의적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올림픽 개최를 통한 경제적 이익은 IOC가 독식하고 있으며 정작 개최 도시와 국가는 경기장 건설과 도로, 공항, 숙박시설 등 인프라의 무리한 확충 탓에 경제적 손실만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2004년 올림픽을 개최했던 그리스는 경제 위기에 개최 후유증이 겹쳐 2011년 국가 부도 사태에 가까운 어려움을 경험했고, 2016년 올림픽을 개최했던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는 시 정부가 파산했습니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을 ‘올림픽의 저주’라고도 합니다. 이번에 개최된 아시안게임 역시 중국의 항저우가 단독으로 유치 경쟁에 출마하여 선정된 사례입니다. 이미 국가의 위상이 높아져 따로 홍보할 필요가 없는 선진국들은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올림픽 등의 국제대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고, 경제적으로 발전 정도가 낮은 개발도상국들은 국제대회를 개최할 여유가 없기에 앞으로도 국제대회 개최 기피 현상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각국 경제력에 따라 금메달 순위 갈리기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역시 금, 은, 동메달의 획득 개수를 기준으로 대한민국이 공식 3위라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인구 14억 명의 중국이 금메달을 201개 획득했고 인구 1억2000만 명의 일본이 금메달 52개를 획득한 데 비해 인구 5000만 명의 대한민국(남한 기준)이 금메달 42개를 획득한 것을 보면 국내 스포츠 수준에 묘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런 국제대회에서 국가별 메달 획득의 차이는 국가별 발전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작용하여 지구촌의 불평등한 상태를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인류의 신체적 발달 수준은 국가별로 거의 유사합니다. 미국인이라고 해서 한국인보다 특별히 더 힘이 세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지구촌의 국가들이 평등한 발전 상태에 있다면 각 메달 획득량은 국가별 인구수에 비례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경제력이 강할수록 국제대회에서의 메달 획득량이 많습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아시아 경제력 4대 대국인 중국, 일본, 대한민국, 인도가 많은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특히 시설 투자가 많이 필요한 수영의 경우 그 격차가 더욱 극명하여 부강한 미국은 올림픽 무대에서 수영을 통해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하기도 합니다. 반면 시설 투자가 거의 요구되지 않는 태권도의 경우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 획득이 국가의 경제 수준에 상관없이 고르게 분포합니다. 이처럼 지구촌 화합과 교류, 소통을 위해 개최되는 국제 스포츠 대회가 오히려 지구촌 불평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지표로 작용하는 것입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