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발견이었다. 배를 타고 멀리멀리 가면 다른 대륙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대항해시대가 시작됐다. 미주 대륙, 인도, 중국, 호주 등이 차례로 발견됐다. 당시 선원들은 침몰의 위험, 귀국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 신선한 채소를 먹지 못한다는 점, 육지와 격리돼 생활하면서 생기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여러 어려움에 처했다.
아프리카를 돌아 인도로 항해할 때는 두 차례나 적도를 지나야 했다. 범선시대에 선박은 바람으로 추진력을 얻었다. 무풍지대인 적도에 들어가는 일은 선장들이 가장 피하고 싶었던 일이다. 이제 선장들은 더 이상 적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바람과 무관한 엔진으로 선박의 추진력을 얻기 때문이다. 과거엔 모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큰 숙제였다. 16세기 말을 소재로 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도 무역선이 돌아오지 못한다는 대사가 나올 정도였다. 이제 선박은 철선으로 만들어져 거친 파도와 험한 날씨에도 견딜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신선한 채소를 먹지 못해 각기병에 쉽게 걸려 많은 선원이 사망했다. 지금은 선박에 대형 냉장고가 있기 때문에 선원들은 언제나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한 가지 아직 극복하지 못한 난제가 있다. 선원들이 육지의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격리성과 고립성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보고 싶어하는 사무치는 그리움은 7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1년이나 2년이 지나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쳐야 겨우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고 이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소식을 전하고 받을 수단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어떤 장소를 반복해 달리는 우편선이 항해하게 된 것은 19세기 말경이다.
1980년대에도 가족의 애환을 담은 편지를 받아보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교대하는 동료 선원들이 가지고 오는 행랑 속의 편지를 학수고대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때 선박에 설치된 통신국을 활용해 30km 내에서 VHF 통화가 가능하게 됐다. 육지에서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통화가 잘됐다. 2020년 7월 25일 일본 MOL 소속 와카시오호는 VHF 통화를 더 잘하기 위해 모리셔스섬에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그만 좌초 사고가 났다. 인마샛(Inmarsat) 인공위성이 하늘로 쏘아 올려지면서 큰 변화가 왔다. 태평양 한가운데에서도 육지의 본사와 선박 사이에 통화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아주 비쌌다. 가족과의 통화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40년이 지난 사이 육지에 있는 우리들은 카카오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가족들과 실시간 무제한 통신을 즐긴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육지와의 통신에 제약이 많았던 선원들을 위한 무제한 통신서비스가 이루어지게 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와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봄부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700년 전 대항해시대 선배들이 겪고 견뎌내야 했던 마지막 남은 난제가 풀리게 된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꿈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의 삶의 질도 한층 높아지게 된다. 크게 환영할 일이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