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대책] 대통령실 “의대 증원 이번에는 관철” 의료계 반발 고려 구체 규모 안밝혀 복지부, 26일 의협과 정원 관련 논의 의료수요 맞춰 증원 탄력적 결정
정부는 19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에서 열린 필수의료 혁신 전략회의에서 지역 필수의료 회복을 위해선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구체적인 확대 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의사단체 및 각계 전문가와 환자단체 등의 의견을 들어 증원 규모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의대 정원 확대를 이번에는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의료계와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면서도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 정원 확대 논의 속도 붙을 듯
2025학년도부터 의대생을 더 많이 뽑으려면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모든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4월에는 각 대학이 수시모집 요강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정원 확대를 원하는 의대들로부터 신청을 받는 수요 조사부터 조만간 시작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의대의 수용 역량과 입시 변동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정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현장에서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선 교원 수나 물리적 여건 등이 필요하다”며 “숫자를 결정하게 되면 목표가 되는 숫자와 현실에서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해 (정원을 확대해) 가겠다”고 설명했다. ‘1000명 증원’ 등 과감한 정원 확대 의지를 보이던 정부가 의료계와 조율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 “의대 정원 조정 시스템 구축”
하지만 이렇게 늘어난 의료 수요가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즉 언젠가는 지금 늘린 의대 정원을 다시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반영해 정부는 이날 “의대 정원 조정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유동적인 미래 의료 수요를 미리 평가해 정기적으로 의대 정원을 조정하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6월 의사인력 수급추계 전문가 포럼에서 이와 같은 모델을 제안한 바 있다. 정부가 5년 단위로 내는 보건의료인력 종합계획에서 의대 정원을 조정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다. 네덜란드의 의료인력자문위원회,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 등이 이러한 역할을 하는 기구다.
● 경실련 “의협 투쟁에 뒷걸음쳐선 안 돼”
반면 시민사회에선 더 강경한 ‘의대 증원 드라이브’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날 “의협의 강경 투쟁 방침에 정부가 뒷걸음치며 지난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