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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 나온 돌려차기 피해자 “숨 막히는 공포…왜 판사 맘대로 용서”

입력 | 2023-10-20 15:26:00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비공개 증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20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나와 “국민이 피해자가 돼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부산고등법원 등 일선 지방법원·검찰청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 씨를 참고인으로 불렀다. A 씨는 신원 노출을 우려해 가림막으로 모습을 가린 채 증언했다.

A 씨는 “1심 판결 후 가해자가 주소를 달달 외우며 ‘다음번에는 꼭 죽여버리겠다’는 얘기를 했다”며 “혼자서 이 피해를 감당하면 끝났을 일을 괜히 가족까지 이어지는 것 같아 숨이 막히는 공포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이어 1심 법원이 반성문 제출 등을 형량 감경 사유로 인정한 점을 지적했다. 그는 “1심 공판 내내 살인미수에 대해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어떻게 이 가해자의 반성이 인정되는지를 전혀 인정할 수 없다”며 “범죄와 아무 관련 없는 반성, 인정, 불우한 환경이 도대체 이 재판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하나. 국가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A 씨는 1심 공판이 끝나고 공판기록 열람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1심 공판에서 사각지대 7분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을 듣고 처음 성범죄를 의심하게 됐다”며 “재판부에 수차례 열람을 거절당했고, 가해자에게 소송을 걸어 문서송부촉탁을 하라고 권유받았다”고 설명했다.

A 씨는 소송 기록을 받기 위해 가해자에게 민사소송을 걸었는데 그 과정에서 A 씨 주소가 가해자에게 노출됐고, 가해자는 동료 수감자들에게 ‘출소하면 보복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피고인의 방어권은 보장됐지만 피해자의 방어권은 없었다. 1심 기록을 받아봤는데 성범죄와 관련한 (가해자의) 허위 진술이 가득한 데 따질 수도 없었다”며 “상고심에선 양형부당을 신청할 수도 없어 성범죄에 대해선 제대로 된 판결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1심이 끝나고 1200쪽에 이르는 공판 기록물을 들고 다녔다”며 “재판부에 성범죄를 적극 조사해야 한다고 어필했고, 그나마 얻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가해자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20년으로 형량이 늘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A 씨는 “가해자는 피해자가 계속 (재판에) 참여하는 것이 형벌을 키웠다고 말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가해자는) 마치 제가 열심히 참석한 것 때문에 자신이 벌을 받은 것이라며 증오심을 표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여야 의원들은 A 씨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며 형사소송 재판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으로만 처벌되는데 법원이 법률상 감경했다며 ‘기계적 감경’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피해자의 (공판 기록) 열람등사는 재판을 받을 권리”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피해자에게 직접 (민사소송을 통해) 공판 기록을 받으란 부분에 대한 제도 개선을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흥준 부산고등법원장은 “관할 고등법원장으로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며 “(참고인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안타깝다는 표현이 말이 되는가.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에 김 법원장은 형사소송 절차를 언급하며 “화살의 방향은 법원이 아니라 검찰을 향해야 한다. 법원이 기소되지 않은 공소사실을 두고 심리해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