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성 비하 사진 논란 속 전시회 찾아가 환영사
독일 훔볼트포럼 한국특별전에 전시된 ‘물 긷는 여인’ 사진 작품. 전시회는 1905년 독일인이 촬영한 것으로 소개했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인이 조선 비하를 목적으로 연출한 사진이라고 보고 있다.
김홍균 주독일대사가 조선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던 독일 베를린 현지 전시회에서 “K-컬쳐의 뿌리”라는 내용의 환영사를 밝힌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주독일대사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대사는 12일(현지 시간) 독일 훔볼트포럼이 개최한 ‘2023 한국유물 특별전 아리아리랑’에 참석해 “이번 전시로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K-컬쳐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이 작품들을 통해 140년 전 독일인들의 눈으로 본 한국인들의 삶을 흥미롭고 울림 있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1905년 독일인이 촬영한 것으로 소개된 ‘물 긷는 여인’이란 흑백사진은 1900년대 초 일본인이 ‘조선 비하’를 목적으로 스튜디오에서 연출한 사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 여성의 머리 장식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조선 여성이 사용하던 비녀로 소개돼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한독수교 140년을 기념해 조선 문화를 소개한다면서 우리 역사를 깎아내리고 왜곡하는 전시회를 국민 혈세로 개최한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를 누구보다 올바르게 전달해야 할 대사가 ‘K-컬쳐의 뿌리’ 운운하며 환영사를 했다는 사실은 대사로서 기본적인 자질마저 의심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역사와 문화를 해외에서 전시할 경우 전시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생색내기용 행사 개최에만 몰두해 국격을 추락시킨 김 대사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김 대사는 “이번 특별전시회는 준비 과정에서 독일 훔볼트 포럼과 주독일한국문화원, 국립중앙박물관이 협의를 통해 준비해온 것”이라며 “국감을 통해 제기된 문제에 대해 앞으로는 대사관 차원에서도 적극적으로 해결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