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의 진화 추적 위해 직접 체험 사계절 변화 속 생생한 경험 담아 ◇야생의 식탁/모 와일드 지음·신소희 옮김/428쪽·1만9800원·부키
“오늘부터 나는 마트 대신 숲에 가기로 했다.”
‘1년간 손수 자연에서 채집하거나 잡은 야생식만 먹겠다’는 건 무모한 도전 같다. 그래도 저자는 자신이 있었다. 50대에 대학원에서 약초학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이론 연구뿐 아니라 직접 제철 야생식을 먹으며 채취의 역사와 요리의 진화를 추적하겠다는 걸 목표로, 저자의 여정이 시작된다.
한겨울에 들어가기 직전인 11월부터 시작해 꼬박 1년간 사계절의 변화를 거치며 자연에서 채집한 식료품을 구하고, 요리하고, 먹고 산 저자의 분투가 담겼다. 저자는 도전을 시작하기 전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1년 동안 식료품을 사는 데 일절 돈을 쓰지 않고, 농사도 짓지 않기로. 그 대신 살고 있는 영국 스코틀랜드 중부 자연에서 나는 것을 채취하고 사냥, 선물, 물물교환으로 얻은 식량만 먹기로 했다.
스코틀랜드의 이른 봄도 보릿고개였다. 눈은 덜 녹았는데, 비축해 둔 견과류와 곡물마저 빠르게 바닥났다. 기력과 식욕을 잃어가던 저자였지만 땅이 녹고, 비가 오자 도처에 피어나는 신선한 버섯을 요리해 먹으며 활력을 되찾아간다.
여름이라고 ‘채취 생활인’에게 호의적이지는 않다. 식물의 잎이 질겨지고, 해초도 맛을 잃어가기에 의외로 먹을 것을 구하기 힘들단다. 7개월을 버틴 저자가 정신을 놓고, 피시 앤드 칩스 가게 앞까지 달려갔다가 운 좋게 가게가 문을 닫아 위기를 모면하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등장한다. 숱한 고비를 거쳐 넉넉한 계절의 가을마저 지나온 저자의 여정을 읽고 있으면 함께 도전을 무사히 마친 기분이 든다.
비만이었던 저자는 1년의 여정이 끝나자 체중이 31kg 줄었다. 원래 목적은 아니었지만 건강한 몸을 찾았고, 같은 방식으로 함께 1년을 보낸 동료는 당뇨병이 있었는데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내려갔다고 한다. 야생의 맛과 효과가 무엇이었는지 경험담이 생생하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