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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버킷리스트”… 이태원 유족, 모교 고대에 2억 기부

입력 | 2023-10-21 01:40:00

“일기장에 ‘모교 기부가 소원’ 써
딸의 이름이 오래 기억됐으면…”



서울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신애진 씨(고려대 생명과학부 17학번)의 유족들이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장학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고려대 제공


“애진이의 일기장에 소원으로 ‘모교에 기부하기’가 쓰여 있었습니다. 항상 꿈꾸고 도전했던 딸의 마음이 후배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희생된 고 신애진 씨(고려대 생명과학부 17학번)의 아버지 신정섭 씨(53)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전날인 19일은 딸 애진 씨의 25번째 생일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아버지 신 씨의 목소리에는 딸을 그리워하는 부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애진 씨의 유족들은 이날 고인의 뜻을 기려 장학기금 2억 원을 모교인 고려대에 기부했다.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고 신애진 교우 및 유가족 장학기금 기부식’에는 김동원 총장과 유족 등이 함께했다. 아버지 신 씨는 “딸은 고려대 학생이라는 점을 항상 자랑스러워했다”며 “평소에 딸이 꿈꿔 왔던 일을 대신 했을 뿐”이라고 했다.

장학기금은 애진 씨가 아르바이트와 직장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저축한 돈과 친구들의 부의금을 모아 마련했다. 애진 씨가 다녔던 생명과학부와 경영대학 경영전략학회(MCC) 후배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올해 초 애진 씨의 어머니는 우연히 고인의 일기장에서 버킷리스트로 ‘모교에 기부하기’ ‘모교에 건물 짓기’라고 쓰인 것을 봤다고 한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아버지 신 씨는 이달 중순 애진 씨의 친구들에게 “학교에 기부하겠다”라는 뜻을 전했다.

신 씨는 “딸의 장례식에 수많은 친구가 왔었는데 (부의금을) 함부로 쓸 수 없어 모두 모았다”면서 “오랜 시간 고민 끝에 결정한 만큼 딸의 이름이 기억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