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 ‘모교 기부가 소원’ 써 딸의 이름이 오래 기억됐으면…”
서울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고 신애진 씨(고려대 생명과학부 17학번)의 유족들이 19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장학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고려대 제공
“애진이의 일기장에 소원으로 ‘모교에 기부하기’가 쓰여 있었습니다. 항상 꿈꾸고 도전했던 딸의 마음이 후배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랍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희생된 고 신애진 씨(고려대 생명과학부 17학번)의 아버지 신정섭 씨(53)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전날인 19일은 딸 애진 씨의 25번째 생일이었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아버지 신 씨의 목소리에는 딸을 그리워하는 부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애진 씨의 유족들은 이날 고인의 뜻을 기려 장학기금 2억 원을 모교인 고려대에 기부했다.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열린 ‘고 신애진 교우 및 유가족 장학기금 기부식’에는 김동원 총장과 유족 등이 함께했다. 아버지 신 씨는 “딸은 고려대 학생이라는 점을 항상 자랑스러워했다”며 “평소에 딸이 꿈꿔 왔던 일을 대신 했을 뿐”이라고 했다.
올해 초 애진 씨의 어머니는 우연히 고인의 일기장에서 버킷리스트로 ‘모교에 기부하기’ ‘모교에 건물 짓기’라고 쓰인 것을 봤다고 한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아버지 신 씨는 이달 중순 애진 씨의 친구들에게 “학교에 기부하겠다”라는 뜻을 전했다.
신 씨는 “딸의 장례식에 수많은 친구가 왔었는데 (부의금을) 함부로 쓸 수 없어 모두 모았다”면서 “오랜 시간 고민 끝에 결정한 만큼 딸의 이름이 기억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