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最高 ‘VCV 타워’ 공개 수직상태서 작업해야 품질 균일 VCV 타워 높이가 경쟁력 좌우 “美 노후 송전망 교체수요 큰 상황”
강원 동해시 LS전선 공장에서 생산한 해저케이블이 대형 턴테이블에 적재되는 모습을 작업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LS전선 제공
19일 찾은 강원 동해시 LS전선 동해사업장의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172m 수직연속압출시스템(VCV) 타워를 갖춘 이곳은 LS전선의 글로벌 HVDC 프로젝트 수주 전진기지다. 고객사의 주문에 맞춰 해저케이블의 제조·시공 턴키(일괄 수주) 계약이 가능한 글로벌 5개 기업 중 한 곳인 LS전선은 아시아, 유럽, 북미 시장에서 각종 해저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다. 올 6월 말 기준 수주잔액은 3조7949억 원 규모다. LS전선은 5월 준공한 VCV 타워를 이날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연면적 3만4816㎡ 규모의 4공장에 갖춰진 VCV 타워에서는 해저케이블에 절연물질을 감싸는 작업을 케이블을 수직 상태로 놓고 할 수 있다. 케이블은 90개 이상의 구리선을 가늘게 꼰 도체를 폴리에틸렌(PE), 스틸와이어, 아스팔트, 플라스틱 등으로 감싸 만든다. 100도가 넘는 PE를 압출했을 때 수평 상태로 작업하면 중력 때문에 균질한 품질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케이블 업계는 얼마나 높은 수직 타워를 갖췄는지를 경쟁력으로 꼽는다. VCV 타워를 구축한 뒤 LS전선은 기존에 없던 525kV(킬로볼트) 해저케이블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수 있게 됐다. 여상철 LS전선 공장장은 “최근 525kV 해저케이블 계약을 수주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S전선 동해사업장에 위치한 1∼4공장에서 생산한 해저케이블은 육교처럼 생긴 ‘갱웨이’와 케이블을 감아 보관하는 ‘턴테이블’을 거쳐 동해항으로 향한다. 동해항에서는 포설선(케이블을 싣고 해저에 설치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춘 배)에 실려 목적지로 이동한다. 이날 LS전선 사업장에서 나온 154kV 해저케이블은 동해항에 정박 중인 LS마린솔루션 포설선에 실렸다. 분당 7, 8m 속도로 배에 실린 해저케이블은 전남 신안군 비금도 인근 태양광발전 단지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하는 용도로 쓰일 예정이다. LS전선은 올 8월 KT서브마린을 인수해 사명을 LS마린솔루션으로 바꿨다. 해상풍력 시장에 진출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다.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최근 바다 위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잇는 직류(DC) 케이블 수요도 증가한 상황에서 LS전선은 자회사 LS마린솔루션, LS전선아시아와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42.5%까지 확대하기로 하며 HDVC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서는 1960, 70년대 구축된 노후 송전망의 교체 수요가 큰 상황이다. 김형원 LS전선 에너지·시공사업본부장(부사장)은 “미국의 해저케이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 투자 결정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동해=홍석호 기자 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