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군 조종사들이 출격에 앞서 결사의 각오를 다지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뒤에 보이는 전투기가 북한 공군 주력인 미그-21이다. 동아일보DB
북한 공군을 찬양하는 전면 기사가 14일 노동신문에 게재됐다. 불과 한 달 반 전인 8월 28일 김정은은 “앞으로는 육해공이 아니라 해육공이라고 불려야 한다. 해군이 자주권 수호에 제일 큰 몫을 해야 한다”며 해군을 격찬했다. 공군이 불만을 가질 수 있으니 부랴부랴 공군을 다독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의 영공을 목숨으로 지켜가는 공군 장병들의 열화 같은 애국심을 따라 배우자’는 제목의 기사는 “오직 당중앙 결사옹위의 항로만을 나는 공군 장병들의 결사의 각오와 실천이야말로 누구나 본받아야 할 참다운 애국의 귀감”이라고 치켜세웠다.
주성하 기자
북한 공군의 주력인 미그-21은 ‘환갑’이 지난 비행기다. 1950년대에 전력화된 비행기가 주력인 공군은 세계에서 북한이 유일하다.
그나마 인도가 올해 초까지 31개 비행대대 중 3개 대대가 미그-21 50대를 운용했지만 지금은 폐기 수순에 들어갔다. 인도가 미그-21을 운용한 것은 소련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생산 공장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품 조달 및 수리가 가능한 공장까지 갖고 있음에도 인도에서 미그-21은 ‘날아다니는 관’이라고 불렸다.
인도 신문 힌두스탄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60년간 400대 이상의 미그-21이 각종 사고로 추락했고, 약 200명의 조종사가 숨졌다. 전쟁을 치르지 않고도 우크라이나 전쟁 1년 반 동안 격추된 전투기 수보다 더 많이 추락하고, 더 많은 조종사를 죽게 한 것이 인도의 미그-21이다. 생산 공장이 없는 북한은 인도보다 사정이 더 나쁠 것이다. 인도가 미그-21 운용을 중단하면서 이제 북한 조종사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날아다니는 관’을 타게 됐다.
사고 사례는 노동신문 기사에도 묘사된다. 지난해 10월 북한이 포토숍 복사 붙이기 기능까지 동원해 150대가 떴다고 과장선전한 대규모 항공공격종합훈련에서 이륙 후 고장이 난 비행기가 있었다고 한다. 비행사는 귀대 명령을 거부하고 명령을 관철하기 전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하면서 그대로 날아가 폭격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북한은 이 비행사를 결사의 각오를 가진 귀감이라 내세웠지만 그의 생사는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은 몇 세대 이상의 격차를 가진 한미 공군과 싸워 이긴다고 큰소리를 친다. 북한이 침투용으로 운용하는 AN-2기는 개발된 지 75년이 지났고, 특수부대 12명을 태우면 시속 150㎞도 나지 않는다. 이걸 타고 북한은 유사시 남쪽 곳곳을 기습 점령한다고 큰소리를 친다.
하지만 노동신문이 아무리 열심히 결사의 각오를 주문해도 군인들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북한군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장마당 세대’가 주력이 됐다. 국가의 혜택이란 걸 받아 보지 못한 이들이 김정은을 위해 진심으로 결사의 각오를 가질까.
물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침 어제까지 서울공항에선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가 열렸다. KF-21, F-35A, E-737 등 65대의 최신 항공기와 전차, 자주포 등 한미 연합군의 핵심 자산들이 전시됐다. 북한군에 전시회 영상을 보여준다면 없었던 결사의 각오도 진심으로 생기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