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누가 더 빨리 변하느냐의 싸움 민생과 소통 먼저 잡는 사람이 이긴다
윤완준 정치부장
윤석열 대통령 집권 5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25일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첫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시정연설에 앞서 윤 대통령이 국회의장실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여당 지도부와 환담할 때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자리는 비어 있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당시 이 대표가 이 환담 자리에 참석하는 것으로 얘기가 됐었다”고 했다. 이 환담 없이 곧바로 본회의장으로 가 시정연설을 할 수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차를 마시며 얘기할 기회로 봤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이 대표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전 윤 대통령이 여야 극단 대치를 풀기 위해 이 대표와 만날 생각이 있는지 물었을 때 나온 얘기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만나 협치를 논할 생각이 있지만 이 대표 측이 소극적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인식이었다.
지난해 시정연설 보이콧 이후 1년간 대통령실·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소통의 정치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이 대표의 민주당은 과반 의석수에 기대 논란의 법안들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거야의 폭주”라는 비판 외에 무기력했고 윤 대통령은 거부권에 의지했다. “공산 전체주의 세력”까지 거론한 윤 대통령의 이념 발언은 대통령실과 여당 내부에서조차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내년 4월 총선도 결국 윤 대통령 얼굴로 치러야 한다는 여권의 절박감이 반영됐을 것이다. 민생 현장으로 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얘기도 떠난 중도층 민심을 잡으려면 경제와 민생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는 치명적이다. 보통 사람들은 ‘윤 대통령이 나 같은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소통하려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이 참모와 외부의 조언을 허심탄회하게 수용하고 국민에게 지며 야당에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변화했다”고 느낄 것이다.
이 대표는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 이후 보궐선거 승리로 기세를 잡았지만 그 역시 변하지 않으면 내년 총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것도 걸림돌이지만 더 큰 건 정치 리스크다. 민주당 내엔 그가 수평적 소통이 부족하고 행정가 시절의 상명하복식 수직적 소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강경 지지층에 기댄 채 정치다운 정치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중진 의원들의 비판이 심상치 않다. 소통과 통합 측면에서 그도 낙제점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3일 당무에 복귀한다. 현장을 찾아 최고위원회를 열고 민생과 통합 메시지를 내겠다는 얘기가 들리는 것도 변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테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31일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만날 수 있지만 여야 대표와 함께 만나는 형식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시정연설 전 환담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 회동의 가장 좋은 시작이 될 수 있다. 누가 먼저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지 유권자들은 지켜볼 것이다.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